민감한 현안들은 비껴간 `대통령과의 대화`

‘국민들이 안철수에게 왜 열광하는지 아십니까?’

 ‘듣는 정치가 아니라 CEO적, 제왕적 마인드로 정치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같이 살기 힘든 때 4대강 얘기하시면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꼴입니다.’

 

 8일 밤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 앞마당에서 패널과 생방송 좌담회를 여는 동안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등 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트는 이 대통령 소통방식과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넘쳐났다.

 청와대는 생방송에 앞서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네티즌들로부터 사전 질문을 받고 이 대통령과 패널과의 좌담 사이에 몇 가지 질문을 추려 반영했다. 그러나 네티즌의 생생한 비판보다는 말랑말랑한 얘기를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긴장감이 떨어지는 분위기였다.

 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생방송으로 국민과 대화에 나선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 그간 방송이 국정 현안과 정책 기조에 대해 국민들과 허심탄회하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 강연 같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번에 제작진은 질문 내용이나 큐시트를 사전에 청와대에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민감한 현안들은 비껴가거나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는 평가다.

 ◇안철수는 소통, MB는 불통=이날 가장 관심이 있었던 현안은 단연 ‘안철수 현상’. 단 6일 만에 대한민국 정치역사를 다시 쓰도록 만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행보를 이 대통령은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국민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이 대통령 답변은 정당 정치 기본을 존중하고 퇴임 후에도 한나라당 평당원으로 남겠다는 평소 소신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인터넷과 SNS에서는 이 대통령이 여전히 안 원장이 청년층에 소구하는 핵심 포인트들을 잡지 못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일자리도 없고, 미래 비전도 없는 청년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날 생방송에 참석한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안철수 교수는 청춘콘서트 몇 번으로 청년의 마음을 다잡아 서울시장은 물론이고 대선 후보로까지 떠올랐다”면서 “이 대통령은 매달 두 차례씩 인터넷과 라디오 연설로 대국민 소통을 하고도 왜 효과가 없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청년실업 해결할 먹거리는 오리무중=이날 좌담회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와 과학기술, 지식재산 분야 등 미래 먹거리가 될 신성장동력 분야 정책 이슈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당초 청와대 담당 비서실에서는 애플·구글 등 새로운 강자 출현에 따른 글로벌 정보통신(IT) 시장 재편 대응방안, IT 분야 컨트롤타워 문제, 정부출연연구소 개편방안 등 정책 현안에 대한 예상 질문을 준비했지만 여러 이슈에 밀려 최종 답변에는 올라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IT산업계 한 단체장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핵심이 그들이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미래 신산업을 육성하고 소프트파워를 강화시키는 사회적 기반을 만들어야 하는데 MB정부는 이 분야에 대해 이해도가 너무 낮고 해결방안 역시 없다”고 평가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