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동반성장을 위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과 관련해 대·중소기업 간에 치열한 논리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현재 동반성장위원회 논의 방향은 중기 적합업종·품목 지정에 대·중소기업 대표가 동수로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하는 프로세스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전문가집단(연구단체)이 조사한 자료를 근간으로 관련 기업인이 참여하는 협의체가 먼저 조율하고, 그 결과는 다시 실무위원회에서 논의된다. 이후 본 위원회가 재차 논의해 지정여부를 결정한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 사회가 자율적으로 합의해 대·중소기업간 시장질서를 구축하려는 큰 의미까지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도입에 따른 우려는 있다. 이들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를테면 수출기업이 타격받지 않도록 대·중소기업의 수출비중을 조사한 후 해당 기업이 협의해 조정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소비자만족도를 근간으로 하는 부정적 효과방지를 위한 장치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으로서의 경쟁력 파악도 포함해야 한다. 여기에 실태조사를 근간으로 한 적합성 검토결과를 토대로 전문가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품목까지 거론하며 이견을 표출하고 있다. 이를테면 두부가 지정되면 대기업이 배제돼 다국적 기업만 좋아질 것이라든가, 품질이 떨어진다든가, 안정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한다.
하지만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장을 위해서는 이제 사회구성원 모두가 한발 양보해서 합의점을 도출해야 할 시점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경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사업체수는 1973년 93.9%에서 2009년에는 99.0%로 증가하고, 일자리도 우리나라 고용창출의 88%를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 및 국내총생산(GDP)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
중소기업에 적합한 업종이 어디 있으며, 중소기업만 생산할 수 있는 품목이 어느 세상에 있겠는가. 하지만 오죽하면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나라에서 적합업종 지정을 논의하게 됐는지 상기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은 고유업종 폐지와 외환위기를 거치며 사흘이 멀다 하고 자회사를 하나씩 늘렸다. 산업 근간인 뿌리산업부터 각종 먹을거리는 물론 외식업에 구멍가게까지 싹쓸이하며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 결과 중소기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나아가 우리 사회는 심각한 양극화의 늪에 빠져들고 말았다.
우리 사회는 선택해야 한다. 사업철학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기업을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시장질서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금도를 만들 것인가. 대기업은 과거 중소기업이 고유업종 지정으로 누릴 수 있던 혜택의 범주를 넘어 초국가적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우리 국민 열 명 가운데 아홉 명이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대기업은 이를 상기해 중소기업과 벌이는 치킨게임을 지양해야 한다. 이제라도 통 큰 결단을 내려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는 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나아가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키워 동반성장하는 진정한 기업상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
적합업종 지정이 대기업이 받았던 사회적 시혜를 돌려받으려는 제도는 아니다. 다만 역지사지 정신을 기반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담아내는 작업이다. 대기업이 먼저 나서 시장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금도를 만드는 일에 적극 동참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경환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 khkim61@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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