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소프트웨어업체인 SAP가 결국 자회사의 경쟁사 소프트웨어 도둑질을 인정하고 벌금을 내게 됐다. 저작권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소프트웨어 기업이 저지른 사건이라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4일 로이터 통신 등 해외 언론들은 SAP AG의 자회사인 투모로나우(TomorrowNow)가 12개 범죄에 대해 인정하고, 경쟁사인 오라클의 소프트웨어를 불법 다운로드한 혐의로 2000만 4800달러 벌금을 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사건은 SAP와 오라클 사이에서 오랫 동안 지루한 공방을 계속 해 온 사건이다. 지난 해 오라클이 SAP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소송에서 배심원들이 배상금 13억 달러를 지급하라고 평결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그러나 이달 초 미 연방법원 필리스 해밀턴(Phyllis Hamilton) 판사는 "배심원들이 제시한 배상금이 너무 과도한데다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도 않는다"며 "오라클에게 전문가들이 추정한 합리적인 수준의 배상 규모 2억7200만 달러를 수용하던가, 아니면 새로운 재판을 신청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오라클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지 여부를 고민 중이었다.
결국 마크 화이트(Mark White) 투모로나우 CEO는 결국 지난 주 중순 유죄를 인정했다. 마크 화이트는 SAP 글로벌 부문 CFO이기도 하기 때문에 사실상 SAP 본사가 인정한 셈이다.
SAP 대변인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조사 방식이 정당하다고 믿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적절한 결론(벌금 합의)을 내릴 수 있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오라클이 SAP의 자회사 투모로나우가 고객으로 가장해 자사의 소프트웨어와 기밀 데이터를 대량으로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소송 전쟁으로 이어졌다. 당시 SAP는 법적으로 저작권 위반 사실을 인정해 오라클의 승소가 예상됐지만, 당시 배심원이 평결한 배상규모가 사상 최대 규모이어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관심을 받았다.
현재 투모로나우는 직원 수가 10명도 채 되지 않아 사실상 와해된 회사다. SAP가 이번에 내게 될 2000만 달러 벌금은 지난 2005년 투모로나우 인수 당시 금액의 두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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