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글이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소프트웨어(SW) 플랫폼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세계적인 화두로 올려놓았다.
작년 초 하드웨어(HW)를 판매하는 애플이 지닌 SW에 놀란 우리는, 이번에 SW 기반 서비스 회사인 구글이 HW 제조사를 사들였다는 소식에 또 다시 놀랐다.
제조업 위주의 우리 경제가 그동안 경시해 왔던 SW의 가치를 다시 인정한다는 증거이다. 많은 기획 기사들이 우리 SW산업의 현실을 진단하고, 대안을 내놓는다. 정부의 정보기술(IT) 홀대와 정책 부족, 대형 시스템통합(SI) 위주 하도급 문제, 낮은 유지 보수율, 불법 복제 등….
가장 심각한 것은 인재 부족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를 어둡게 한다. 인재를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그들의 가치가 인정받을 수 있는 성공 사례가 필요하다. 벤처 활성화와 적극적인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성공사례 발굴이 보다 절박한 이유다.
우리에게도 SW를 육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다. 1980년대 중후반, 제2의 빌 게이츠를 꿈꾸는 학생들로 컴퓨터 관련 학과는 최고 인기 학과였다. 1990년대 후반의 벤처 열풍은 이 인재들을 대기업에서 나와 젊음을 불사르게 했다. 지금 취업 1순위인 대기업은 당시 인재 유출을 걱정하며, 벤처 업계에 소송도 불사했다.
하지만 벤처 성공사례 부족은 그 열풍만큼이나 빠르게 우리 사회를 안전 위주의 옛 모습으로 돌려놓았다. 지금은 최상위권 학생이 모두 개인적인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의대를 지망한다. 최상위 컴퓨터 관련 학과도 정원을 못 채운다.
삼성전자가 SW 인력을 보강한다고 하니, 중소기업은 인력 수급 걱정에 수심이 더욱 깊어진다. 링크드인(LinkedIn)과 같은 벤처에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하버드 등 유수 아이비리그 학생들이 치열한 입사 경쟁을 치른다고 한다. 과연 우리가 이들과 경쟁해 이길 수 있을까. 벤처 실패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M&A에 대한 왜곡된 국내 인식과 이로 인한 성공사례 부족이 큰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해외 기업들이 M&A에 얼마나 적극적인지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애플의 ‘iOS’도 시작은 스티브 잡스가 사들였던 것이다.
구글은 지난 10년간 100여개 M&A를 성사시켰다. 예전의 시스코, 지금의 페이스북도 많은 M&A로 기업 역량을 확장한다.
우리도 국내 및 해외 기업 M&A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할 때이다. 국내 M&A는 중소기업 성공사례를 제공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은 좋은 인재를 끌어들일 것이다. 해외기업 M&A는 이미 잘 만들어진 제품과 좋은 인력을 한꺼번에 수급해 올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인수한 해외 기업의 좋은 인력을 국내로 불러들이고, 우리 인력들을 내보내 좋은 기술과 체제를 배워 온다면 국내 SW산업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잠재력 있는 해외 SW기업 M&A는 한국 SW산업의 국제화를 앞당길 것이다. 국내 벤처 아이디어를 가지고 해외에서 창업하는 길도 보다 활발히 열릴 수 있다. 자연스럽게 벤처기업 활성화도 이루어질 것이다.
내가 모든 것을 다하기보다는 남과의 거래를 통해 모두가 더 잘 살 수 있도록 움직인다는 ‘보이지 않는 손의 마력’은 SW 분야에도 분명 그대로 적용될 것이다.
우리 모두 치열한 자유 경쟁을 뚫고 나갈 용기와 기업가정신(entrepreneur ship)이 필요한 때이다.
조규진 파수닷컴 상무 kyucho@fas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