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 <60> 흥하다

 인터넷에서 무언가가 매우 인기가 좋고 반응이 뜨거움을 일컫는 말.

 ‘번성하여 잘 되어가다’라는 ‘흥(興)하다’의 사전적 의미와 유사하다.

 주로 인터넷 게시판이나 블로그에 올린 글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댓글이 수두룩하게 달리며 널리 퍼져 나가는 등 폭발적 반응을 얻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글을 보통 ‘흥한 글’이라 부른다. 글이 좋아서 널리 퍼지건, 내용과 사실 관계에 문제가 있어 논란이 커진 경우건 상관 없이 조회 수와 댓글 수가 많으면 ‘흥한 글’이다.

 그런 점에서 ‘흥한 글’은 ‘참신한 떡밥’을 던져 많은 사람들을 ‘낚은’ 글이기도 하다. 인터넷에서 적절한 ‘낚시질’로 많은 관심을 끈 것을 뜻하는 ‘만선’(滿船)과 비슷한 뜻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흥한 글을 써서 블로그와 커뮤니티 분위기를 흥하게 하려면,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사거나 감정을 격하게 할 만한 적절한 주제를 눈에 쏙쏙 들어오게 자극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 남성들의 커뮤니티에선 해외 축구나 야구에 대한 글(ex. 엔씨다이노스의 김경문 선택이 실수인 이유)이, 여성 커뮤니티에선 시댁의 막나가는 명절 행태를 담은 글(ex. 해도 너무한 시누이들, 이젠 포기하고 싶네요)이 흥할 가능성이 크다.

 영화나 드라마, 공연 등이 흥행이 잘 되거나, 제품이 인기를 얻는 경우 등에도 ‘흥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반대말은 ‘망하다’이다. 조회 수와 댓글이 적고 커뮤니티에 아무 반향을 일으키지 못 한 글을 ‘망한 글’이라고 부른다.

 ‘흥하다’란 표현이 널리 쓰이기 전부터 인터넷에서는 좋지 않은 상황을 일컫는 ‘망했어요’라는 표현이 많이 회자됐다. 임요환과 박정욱의 스타크래프트 경기 중 박정욱의 패색이 짙어지자 해설자가 “망했어요”를 연발한 후 인터넷과 게임 커뮤니티의 유행어가 됐다. 유사 표현으로 ‘시망’이 있다. (본지 2010년 12월 31일자 19면 참조)

 

 * 생활 속 한마디

 

 A: 의장님과 이사님이 아름다운 단일화를 하신 후 지지율이 흥합니다.

 B: 단일화로 흥한 자, 단일화로 망할 수도 있습니다. 교육감님 보세요.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