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인천공항 항공교통센터(ATC) 컴퓨팅 서버(server)에 문제가 생겨 항공기 18대가 57분간 이륙하지 못했다. HP ‘유닉스’ 서버 내 비행자료전달장치(FDP) 관련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은 탓이다. 관제사들이 민첩하게 우리 영공을 지나는 항공기 항적을 수기로 파악해 착륙이 지연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스템 복구가 늦어져 인천공항에 착륙하거나 한국 영공을 지날 항공기 이륙 간격을 늦춰달라고 중국과 일본에 요청했다니 대강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서버 백업체계도 작동하지 않은 터라 전산장애 원인을 파악하는 게 시급하다. 2004년과 2006년에도 FDP 때문에 ATC 컴퓨팅 체계가 멈췄다니 대책 마련을 더 늦출 겨를이 없다.
국토해양부는 FDP 프로그램이 엉켰거나 에러 메시지 때문에 장애가 일어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하는 모양이다. 아예 2015년까지 ATC 컴퓨팅 장비를 전면 교체하기로 했다. 컴퓨팅 장애와 테러·자연재해를 포괄하는 위기에 대응할 제2 ATC 건설도 추진한다.
언뜻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일 듯하다. 그러나 장비 전면 교체와 제2 ATC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리라는 생각은 오산일 수 있다. 새 장비·컴퓨팅 체계는 ‘여러 새로운 문제의 바탕’일 뿐 현존하는 오류의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루 1400여 항공기를 관제해야 하는 지금은 FDP에 집중할 때다. 사고 본질을 확실하게 이해하는 게 급선무다. 인천공항 측이 서버를 공급한 HP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장애 원인을 파악하고 안전한 항공관제체계를 서둘러 확립하라. 장비 교체는 그 다음이어도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