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번호 조작 방치하면 통신사업자에 벌금

방통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11월 국회제출

5천만원까지 벌금…보이스피싱 피해 감소 기대

정부가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발신 전화번호 조작을 방치한 통신사업자에게 벌금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8일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조작된 번호의 차단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는 변작(조작)된 송신인 전화번호를 차단하거나 국제전화에 대해 발신지를 안내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최대 5천만원까지 벌금을 물게 된다.

방통위는 "11월 국회 제출을 목표로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전기통신사업자의 범위나 구체적인 시행 방법은 업계와 논의한 뒤 고시로 만들어 공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의 `전기통신사업자`는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U+) 등 유·무선 전화 서비스를 실시하는 사업자 외에 인터넷 전화 서비스 사업자도 포함될 전망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사업자는 조작된 전화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를 차단할 의무를 갖게 되며 해외에서 결려온 전화의 경우 수신자의 휴대전화나 액정표시 유선전화에 문자로 이를 안내해줘야 한다.

또 유선 전화의 경우 음성으로 국제전화임을 알려야 하며 인터넷 전화도 인터넷프로토콜(IP) 주소 추적을 통해 발신지가 해외인지 여부를 알려야 한다.

그동안 일부 이동 통신사들은 001, 002 등의 식별번호와 `국제전화입니다`라는 문자를 통해 국제전화인지 여부를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이는 사업자들의 의무 사항은 아니었다.

보이스피싱은 주로 중국 등 해외에서 국제전화를 통해 이뤄지는데, 발신 번호를 조작해 경찰이나 국세청 등 국내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경우가 피해사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방통위는 파악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방통위는 올초부터 기간통신사업자, 전자통신연구원(ETRI) 등과 함께 `발신번호 변작 방지 대책반`을 구성해 제도 개선을 모색해왔다.

방통위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법률을 통해 사업자에게 의무를 부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7년 개정된 기존의 전기통신사업법은 발신번호를 악의적으로 조작하는 사람만 벌금형에 처하는 내용을 담았었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신 서비스 제공자는 이용자에게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만큼 발신 번호 조작을 막을 의무도 있다고 판단한다"며 "법 개정을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