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상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행정실장(한국정책학회 이사) bshwang@kbsi.re.kr
지난 목요일 예고 없는 정전사태는 전력거래소 등의 안이함과 무능함이 빚어낸 소동이었지만 누구나 전기의 소중함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전기 절약, 나아가 에너지 절약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유가가 급등하면 반짝 관심을 가지다가 유가가 하락하면 슬그머니 관심에서 멀어지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타임지는 올해 초 미국의 미개발 에너지원으로 에너지 절약을 포함하는 개념인 효율성 향상(boosting efficiency)을 강조한 바 있다. 에너지 대기업인 듀크에너지도 에너지 절약과 효율을 석탄, 천연가스, 원자력, 재생에너지에 이은 ‘제5의 연료(the fifth fuel)’로 인식했다.
에너지 절약은 크게 네 가지 효과가 있다. 첫째, 에너지원 수입에 드는 외화 절감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한다. 2010년 에너지 수입액은 1217억달러로 주력산업인 자동차와 반도체를 합한 수출액 1036억 달러를 훨씬 상회한다.
10%만 아낄 수 있으면 매년 121억 7000만 달러를 버는 셈이다. 일본이 원전사고로 작년 피크전력을 기준으로 전기 사용량을 15%를 줄이도록 의무화했으나,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전력감소율이 20% 이상으로 높아진 사례에서 볼 때 10% 절감은 무리한 수치는 아니다.
둘째, 지구온난화 방지에 기여하는 것이다. 에너지 대부분이 화석연료에서 만들어지므로 에너지 절감은 바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이는 것으로 직결된다.
온실가스 중 대표적인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65만년 동안 300ppm을 넘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280ppm이었다. 이것이 2005년에는 379ppm, 2011년 7월 현재는 392ppm으로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2008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5억900만톤으로 세계의 1.69%를 차지하지만, 이태리나 프랑스 보다 앞선 세계 10위이다.
정부는 국가온실 가스 감축목표를 선진국보다 높거나 상응하는 수준인 2020년 배출전망치 대비 30%를 감축하기로 국제사회에 약속한 바 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할 예정인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에 해당되는 업체는 물론 해당되지 않는 소기업이나 가정에서도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 목표달성이 가능할 것이다.
셋째, 가정이나 기업, 공공기관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에너지를 덜 쓰는 만큼 줄어든 지출을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전력의 경우 10%가 대기전력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플러그를 뽑고, PC 멀티 탭을 끄고, 한 등 빼기를 실천하면 예산을 아낄 수 있는 것이다.
넷째,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 적당한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시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 과도하지 않은 적정한 냉·난방이 인체에도 유익하다.
지식경제부가 지난봄에 두 달 동안 접수한 ‘1만 에너지절약 우수가구 선발대회’에 150만가구가 신청한 것을 볼 때 에너지 절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아진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도 가입한 탄소포인트제는 전기, 수도, 도시가스 등의 사용량 절감분만큼 인센티브를 제공받으므로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어느 주부는 실천사례에서 휴대폰 충전기도 잘 때는 꽂아두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 단전대란이 에너지 절약을 매일 생활 속에 실천하는 분기점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