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SW성공의 기본 조건

[ET단상]SW성공의 기본 조건

 지석구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산업진흥본부장 skji@nipa.kr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취미생활이든, 전문 직업 분야든 내로라하는 전문가가 되려면 적어도 1만 시간은 투자하고 몰입해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그간 우리나라가 이룩한 산업의 경이적인 성과를 보면 1만 시간의 법칙이 다시금 확인된다. 지난 50여년 간 우리는 산업기반이 거의 없는 세계 최빈국에서 자동차, 조선, 철강, 기계 등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10위권 강국으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했다. 오로지 사람만이 자산인 나라에서 이룩된 성과이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나아가 세계시장 흐름이 전통 제조업에서 정보통신 산업으로 변신을 꾀하는 시기에도 정보통신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열정을 발휘한 결과, 자연스럽게 정보통신 강국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스마트폰 열풍과 구글의 모토로라 모빌리티 인수, HP의 PC부문 매각 등 일련의 혁신적인 사건을 계기로 우리 IT산업계에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서비스 세 분야가 균형을 이뤄야만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게 되는 스마트한 세상으로 변화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약한 SW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것 같다.

 그러나 지나친 우려보다는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 먼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세웠던 계획들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 돌이켜 보면 최근 강조되고 있는 SW산업 육성 정책도 이미 10여년 전부터 산학연관이 지혜를 모아 발굴한 정책과 사업들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 산업이 장치산업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인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근거로 하고 있고, 제품이라기보다는 문화와 많은 연관이 있기에 다른 산업보다 그 성과가 더디게 나타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때문에 결과가 금방 눈에 잘 띄지 않더라도 잘못된 것 아닌가라는 조급함보다는 추진해오던 정책과 사업들을 꾸준히 수행하며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도 중요한 하나의 전략이라는 판단이다. 그간 보완이 시급한 점으로 지적되었던 창의력을 키우는 인재육성 전략, 글로벌 마켓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의 수립뿐 아니라 무형물에 대한 가치 인식 전환 등에 대해 보다 더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계획과 실행이 뒤따른다면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한다.

 특히 1명의 천재가 1만명을 먹여 살리는 SW 산업인만큼 고급인재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이 더 많이 발굴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지식경제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명품인재 양성이나 SW마에스트로와 같은 사업과 더불어 대학에서는 고급인재 양성에 맞춘 커리큘럼을 보다 확대하고, 기업에서는 단순 프로그래머를 활용만 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그림 하에 아키텍트급 인재양성을 위한 획기적인 계획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SW에 대한 가치 인식 문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아직도 불법 복제율이 40% 정도로 선진국의 20%와 비교하면 거리가 있고, SW 제값주기 등 측면에서 보완해야 할 면이 많이 있다. 개인고객이든 기업고객이든 우수한 솔루션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SW를 제값주고 사주어야 한다. 이렇게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선순환 구조로 바뀌어야만, 분야별로 특화된 SW를 보유한 전문기업이 등장할 수 있으며 그래야 글로벌 경쟁력도 생기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이처럼 생태계가 살아 움직이는 구조, 이것이 바로 동반성장의 밑거름이 아니겠는가.

 그간 다양한 분야에서 보여주었던 열정과 끈기가 있는 우리의 저력이라면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긴 시간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당장의 성과 부족에 조급해 하기보다 지금까지의 기반을 끊임없이 갈고 닦고 지속적으로 추진하자. 그리하여 지난 50여년간 성공 사례를 만들어 온 것처럼 미래 50년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