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특허가 미래라는데....

 안산에서 사업을 하는 고재준 에프티랩 사장은 지난해 8월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특허 때문에 하룻밤 새 100억원가량을 날릴 뻔했기 때문이다.

 사정은 이렇다. 터치패널 검사장비를 개발한 고 사장은 2009년 8월 국내 특허를 출원했다. 특허는 등록됐다. 고 사장은 내친 김에 해외 출원도 나섰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해외 출원을 하려면 국내 특허 출원일로부터 1년 안에 해야 했다. 이 1년을 넘기면 해외 특허 출원 자체가 안 된다. 에프티랩 특허가 등록을 마친 공개 특허기 때문이다. 공개 특허는 해외 특허 출원 시 자국 특허 출원 1년 안에 해야 효력이 있다. 특허에 까막눈이었던 고 사장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공교롭게도 에프티랩이 해외 특허를 출원한 날은 국내 특허 출원 1년을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하루만 늦었어도 해외 특허 출원이 무효가 되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해외 특허 출원 도움을 위해 방문한 경기테크노파크 지식재산센터에서 이런 설명을 들은 고 사장은 부랴부랴 밤샘 작업 끝에 해외 특허 출원을 마칠 수 있었다. 이 회사 특허는 100억원대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허는 곧 돈이다. 선진 국가와 글로벌 기업이 치열한 특허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말했다. “오늘날 나를 있게 한 일등공신은 특허”라고. 단 한 대 단말기도 생산하지 않으면서 휴대폰 시장 큰손 역할을 하는 게 마이크로소프트다. 바로 특허 때문이다. “특허에 강한 기업만 생존한다”는 말은 과장도, 미래 일도 아니다.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싸움은 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우리는 특허 강국이라 할 만하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는 9686건 특허를 출원했다. 미국·일본·독일·중국에 이은 세계 5위다. 특허 생산성도 높다. 국내총생산 10억달러당 특허 출원건수가 102.6건으로 세계 1위다.

 그러나 기업으로 눈을 돌리면 갈 길이 멀다. 대기업 특허 대응 수준은 아직 선진국에 못 미친다. 중소기업은 더욱 그렇다. 생존이 급해 특허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정부 도움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부가 만든 것이 지역지식재산센터다. 전국 16개 광역시도에 32곳이 있다. 이곳에는 특허컨설턴트를 비롯해 디자인컨설턴트, 브랜드컨설턴트, 지식컨설턴트 등이 상주하며 중소기업에 특허컨설팅을 제공한다.

 아쉬운 것은 이들 컨설턴트 수가 너무 적다는 사실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32개 센터에 특허컨설턴트 41명, 브랜드컨설턴트 14명, 디자인컨설턴트 10명, 지식컨설턴트 78명이 근무하고 있다. 특허 첨병인 특허컨설턴트는 센터당 두 명이 안 된다. 브랜드와 디자인컨설턴트가 없는 센터가 태반이다. 이 수로 그 많은 중소기업을 돕는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중소기업이 가장 원하는 방문형 맞춤 서비스는 엄두도 못 낸다. 특허가 없으면 미래가 없다. 이 말을 곱씹어 본다.

 방은주 경인취재팀 부장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