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통신망(재난망) 선정을 앞두고 ‘자가망’과 ‘상용망’의 진영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자가망을 사용하는 테트라 선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자가망 선택이 현행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에 나섰다. 박대해, 진영, 김을동 의원 등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잇달아 테트라를 재난망 방식으로 선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경찰이 주로 사용 중인 테트라는 유럽무선통신표준기구(ETSI)의 기술로 모토로라 등 외국기업이 솔루션을 공급한다. 와이브로·아이덴·WCDMA 등 다른 후보기술이 모두 상용망 방식인데 반해 테트라는 유일하게 자가망으로 구축해야 한다.
자가망은 기지국 등 설비를 따로 구축해야하는 반면에 상용망은 기존 설비 이용이 가능하다. 자가망이 솔루션이라면 상용망은 서비스인 셈이다.
◇잇따른 자가망 공격 왜?=테트라가 공격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재난 발생 시 망 생존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별도의 기지국과 중계기를 이용하는 테트라는 이 시스템에 대한 전력공급이 멈추면 무용지물이다.
와이브로 등 4G 기술에 비해 데이터 전송 등의 기능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통신 생태계의 변화로 영상 등을 전송해야 재난망으로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테트라는 음성이 중심이다. 또 외산 기술로 솔루션 전체를 해외기업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도 국가통합망에 대한 명분을 약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테트라는 2004년에도 국가통합망 후보로 올랐지만 이후 독점기술 문제 등 타당성 논란이 불거지며 사업 자체가 중단됐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을동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재난망 설비가 평상시에도 개별기관의 자가망으로 사용된다면 이는 자가망의 타인통신매개금지를 명시한 전기통신사업법 제65조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며 현행법 위반의 소지가 있음을 지적했다.
◇상용망은 보안 취약이 문제, 복합망은 예산이 걸림돌=와이브로·아이덴 등 상용망 기술은 보안이 걸림돌이다. 군대나 경찰 같이 통신 보안이 중요시되는 조직에 상용망을 이용한 통신은 큰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재난망 기술검증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별도의 보안 시스템으로 보강하더라도 상용망이라는 태생적인 한계는 계속 논란이 될 것”이라며 “경찰 등에서 상용망 사용에 대한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가망과 상용망을 결합해 사용하는 이른바 복합망은 예산이 문제다. 제안업체 측에서는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이용해 예산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정책 실무자들은 개별 기술마다 구축 및 보완 작업을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투자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행안부 “어차피 불만 피하기 어려워…국익 차원 고려 필요”=행안부는 재난망 기술과 관련해 어떤 편견도 없다는 입장이다. 정치권 일부에서 제기한 경찰청 테트라 기지국 확충 등 ‘감싸기’ 논란에도 “낡은 기기를 교체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자가망은 타당성, 상용망은 보안, 복합망은 예산 등 어떤 방식을 선택해도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운 만큼 국익 차원에서 타당성 검토를 하겠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보안 문제 등이 해결되면 국산 기술인 와이브로만 채택하는 방안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행안부는 10월 초 기술 검증이 끝나는 대로 공개토론회 등을 거쳐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재난망 기술 선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국가통합망으로서 제 기능을 수행 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기술 검증이 끝난 이후에도 토론회 등을 통해 가장 타당성 있는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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