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CD는 아직 죽지 않았다

 LCD 산업을 둘러싼 위기론이 한창이다.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패널 가격 하락, 공급 과잉 여파로 향후 성장성에 대한 암울한 전망이 대세다. 글로벌 경제 불안에 따른 TV 수요 부진과 중국발(發) 공급 확대라는 변수까지 겹쳤다. 2,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삼성전자 LCD사업부, LG디스플레이만 놓고 보면 일견 타당한 분석이다.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위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3분기가 마무리돼 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큰 폭의 개선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LCD 산업 저력은 아직 그 힘을 다하지 않았다. 20년 이상 축적한 기술 및 양산 경쟁력은 장기간의 불황을 견딜 수 있는 체력으로 남아 있다. 기업간거래(B2B) 업체라는 특성상 적극적으로 알릴 수는 없지만 대만, 일본, 중국 등 경쟁 업체를 압도하는 규모의 경제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합친 대형 LCD 시장 점유율은 53.7%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51.1%)보다 3%포인트 이상 상승한 수치다. 이는 규모와 기술 경쟁에서 앞선 우리나라 업체들이 대만, 일본 업체들을 가격 경쟁에서 앞서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분간 LCD 업체들은 극심한 원가 및 점유율 경쟁에 내몰릴 것이다. 이 와중에 이미 우리나라 업체들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오래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다양한 노력으로 불황 탈출을 노리고 있다. 새로운 규격의 LCD TV용 패널을 선보여 틈새 시장을 만들고, 스마트패드용 패널 시장 확대를 통해 선발 업체라는 이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비록 눈에 띄지는 않지만 점유율 확대라는 열매로 맺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비관적인 외부 분석과 전망에 위축되고 있는 LCD 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공항시절 대통령에 당선된 후 한 연설에서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라며 국민을 독려했다. LCD 산업역시 두려움 그 자체를 극복해야할 때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