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에 겪는 아련한 첫사랑을 담은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이 이번 주 개봉했다. 신작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환상적이고 동화적인 상상력을 앞세웠던 지브리 스튜디오의 전작들과 달리 과거의 향수와 사랑에 대한 추억으로 감상에 젖게 만든다. 올림픽을 코앞에 둔 1963년 일본을 배경으로 역사적 격동기에 해당하는 당시의 시대상도 엿볼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제작과 각본을 맡았고, 그의 아들이자 ‘게드전기:어스시의 전설’ 연출을 맡았던 미야자키 고로가 메가폰을 잡았다. 미야자키 고로는 애니메이션 감독 이전에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박물관 관장을 맡아 운영한 바 있다. 감독은 전작을 통해 평단과 흥행, 양쪽에서 혹독한 데뷔전을 치렀다. 천재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받아 고된 훈련과정을 거치고 있다.
항구가 보이는 언덕에서 코쿠리코 하숙집을 운영하는 열여섯 소녀 우미는 바다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며 매일 아침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는 깃발을 올린다. 그 깃발을 매일 바다 위에서 바라보는 열일곱 소년 슈운. 한편, 낡은 것을 모두 부수고 새로운 것으로 바꾸자는 사회적인 움직임과 함께, 우미의 고등학교에서도 오래된 동아리 건물의 철거를 두고 갈등이 일어난다. 우미와 슈운은 역사와 추억이 깃든 건물을 지키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보존운동을 시작하고, 두 사람은 이를 계기로 서로에게 서서히 끌리기 시작한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