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삼성 · 애플 특허전쟁 끝이 보인다

달라진 삼성, 오히려 결론 빨라질지도

[데스크라인] 삼성 · 애플 특허전쟁 끝이 보인다

지난 3월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수십만대 분량의 소니 플레이스테이션3(PS3)를 현지 세관에 압류시켰다. LG전자가 소니 PS3가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가처분소송을 해당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소니가 LA연방법원과 ITC에 LG전자 휴대폰이 자사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하자 LG전자는 이같이 대응했다. 소니는 크게 당황했다. 소니는 당시 매주 10만대에 달하는 PS3를 서유럽에 수출해왔다. 게다가 특허 기술과 협상에서는 한수 밑으로 봤던 LG전자가 이처럼 ‘독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판단하지 못했다. 비록 10일 만에 압류조치가 해제됐지만 이후 소니의 태도는 공세에서 협상으로 전환됐다. 결국 양사는 지난 8월 그동안의 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크로스라이선스를 체결했다.

 LG전자는 특허 부문에서는 전사(戰士)다. 오스람이 LED 특허를 침해했다고 LG전자와 LG이노텍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하자 아예 오스람 LED를 헤드램프로 채택한 BMW와 아우디 자동차 판매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식이다. LG전자의 독한 대응에는 특허경영에 대한 자신감도 있지만 외부 특허공세에 순순히 물러나면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숨어있다. 영화 ‘300’에서처럼 가족과 나라를 위해 100만명의 페르시아 군과 맞섰던 300명의 스파르타군처럼 절박했고 그러다보니 독해질 수 밖에 없었다.

 삼성전자는 달랐다. 싸움보다는 협상이 우선이다. 맞소송을 통해 특허제소 기업에 실제 위협을 가하기보다는 로열티를 낮추는 것이 목표인 듯 보인다. 특허팀이 독한 마음을 먹어도 사업부가 말린다. 차라리 특허료 몇푼(?)을 주는 것이 낫지, 거대 비즈니스가 틀어지면 책임질 거냐고 특허팀을 압박한다.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제품을 더 많이 판매하는 것이 전략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듯 싶다. 삼성전자의 맞소송은 특허 전문가들에게는 협상을 위한 제스처로 여겨질 정도였다. 코닥, 램버스, 샤프 등과의 특허소송은 그렇게 결론났다.

 애플도 삼성을 그렇게 본 듯 싶다. 위해를 가하면 삼성전자가 굴복할 것으로 생각했다. 제소 내용도 기술적인 항목보다는 자사 제품을 ‘모방’했다는 망신주기다. 업계에서 금기였던 비밀 협상 내용까지 법정에서 공개했다. 삼성전자 최대 고객이라는 위치 역시 애플에게 자만심을 갖게 했다.

 삼성전자 모습이 이전과 다르다. 협상을 위한 제스처가 아닌 공세적인 맞제소를 하고 있다. 사업부 입김도 배제됐다. 더 나아가 곧 출시될 아이폰5 판매금지 조치까지 취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의 고위관계자는 “애플 건은 자존심 문제”라고 언급했다. 퇴각여지를 두지 않는 삼성전자 모습이 오히려 특허전쟁을 더 빨리 종결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착각일까.

 유형준 부품산업부장 hjyoo@etnews.com

[데스크라인] 삼성 · 애플 특허전쟁 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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