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원자력안전위 출범에 거는 기대

[ET단상]원자력안전위 출범에 거는 기대

 정연호 한국원자력연구원장 yhjung@kaeri.re.kr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10월 26일 출범한다. 원자력의 이용·진흥과 원자력 안전 규제 및 통제를 관장하는 행정 기구를 분리 독립시킴으로써 세계 6위의 원전 대국에 걸맞는 선진국형 원자력 행정 체제를 갖추게 됐다.

 원자력안전위 출범은 지난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우리 원전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우리나라는 사고 발생 직후 21기의 가동 원전에 대해 종합적인 안전 점검을 실시해 50개 개선대책을 수립했고, 그동안 논의만 무성했던 독립적인 안전규제 기구의 설치를 추진해 원자력안전위 발족을 결정했다. 이처럼 신속하고도 구체적인 조치들은 국제적으로 볼 때도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원자력 안전규제 기구의 독립은 시대적 조류이자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한 현명한 선택이라고 믿는다. 원자력안전위가 원전의 안전성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게 되려면 그에 필요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위원회 산하의 전문위원회와 사무처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통해 동일본 대지진과 같은 극한 자연재해와 그 결과로 발생한 후쿠시마 사고 같은 중대사고에 대한 안전 요건을 종합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미래·기반 연구개발 등 원자력 진흥을 담당하는 교육과학기술부와, 원자력 발전 산업을 관장하는 지식경제부, 안전규제와 통제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 3개 부처 간의 적극적인 소통과 균형 있는 협력, 생산적인 견제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안전 규제의 강화만큼이나 안전 개선 대책의 충실한 이행과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안전 연구의 강화가 중요하다는 점도 꼭 지적하고 싶다. 후쿠시마 사고 자체는 이제 상당히 수습됐지만 사고의 교훈을 지속적으로 분석해서 이를 우리 원전의 안전성 강화를 위한 노력에 반영하는 과정은 이제 막 시작됐다. 우선 지난 5월초 발표된 가동 원전 안전성 개선 대책은 후쿠시마 사고 후 정부와 원자력계가 국민 앞에 내놓은 첫 번째 구체적인 약속이므로, 정부와 산업계는 수립된 개선 대책들을 충실하게 이행하면서 진행 상황을 국민들에게 주기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또한 이번 개선 대책이 단기간에 수립된 만큼 이행 단계에서 안전성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병행해서 더 효과적인 방안이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앞으로 개발해서 건설할 신형 원전은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과 최근의 연구 성과들을 반영하여 안전성을 더욱 향상시켜야 한다. 전력이 끊겨도 작동하는 피동 안전 계통의 확대를 통한 중대사고 가능성 극소화, 중대사고를 고려한 계측 계통과 수소 폭발 예방, 용융된 핵연료 냉각 등 중대사고 완화 설비 보강, 지진의 영향을 크게 줄여주는 면진 설비의 도입 등이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안전 연구에서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분야별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거나 접근해 있는 만큼, 연구 결과가 규제와 산업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지식에 기반한 의사 결정이 실질적인 안전성 확보를 위한 지름길이자 최상의 방법임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원자력계가 과거 스리마일과 체르노빌 사고의 교훈을 반영해서 30년 동안 대형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듯, 후쿠시마 사고의 교훈을 철저하게 반영할 경우 대형 사고의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제거하면서 더욱 안전한 원자력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원자력안전위 출범은 그 첫 단추를 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