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이 우리나라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성장 가능성을 낮게 보고 관련 제품 출시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다양한 국내외 제품을 놓고 기업 상황에 맞는 최적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잃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 SAP코리아, SAS코리아 등이 이미 본사에서 출시된 클라우드 서비스의 국내 출시를 늦추고 있다. 한국HP는 아예 클라우드 서비스를 국내에 도입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들 업체들은 서비스 제공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 부담과 국내 클라우드 시장 미성숙 등을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한국MS는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윈도 애저’ 국내 출시를 수차례 연기하면서 국내 고객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올 하반기 ‘윈도 애저’ 출시 계획을 밝혔던 한국MS는 내년으로 한 차례 더 연기했다. 지난해 1월부터 40여개국에서 서비스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서비스는 2년여 격차를 보이는 셈이다. 그 사이 국내기업은 시범 서비스만 맛보고 있는 실정이다.
SAP코리아는 이미 3년전 본사에서 출시한 ‘SAP 비즈니스 바이디자인’ 국내 출시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 서비스는 전사자원관리(ERP) 솔루션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별도 클라우드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형원준 SAP코리아 사장은 “자의적으로 서비스 출시를 늦추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아직 시장에 내놓기엔 시장 성숙도 측면에서 시기상조라 본다”고 연기 배경을 설명했다.
SAS코리아 역시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용 분석 솔루션을 국내엔 도입하지 않았다. 때문에 국내 기업 고객들은 기타 경로를 통해 해외 현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있다.
한국HP는 본사에서 출시한 서비스형 인프라(IaaS) 서비스를 한국에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미 국내 통신사들과 IT서비스업체들이 대거 시장에 진입한 상황이고 시장 규모도 작아 성과를 내기 힘들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SW기업 중 한국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한국오라클정도다. 한국오라클은 지난달 말 SaaS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서울지역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설립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SW업체들이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 ‘올인’하겠다고 마케팅하면서도 정작 국내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에는 동참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라면서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성숙되려면 이들 업체들의 투자와 관심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표>글로벌 SW업체들의 클라우드 제품 한국출시 연기 현황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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