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MDS테크놀로지 대표 sangheon@mdstec.com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가 된다는 비전 아래 자동차, 조선, 건설, 전력 산업에 정보기술(IT)를 융합하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SW), 특히 임베디드SW는 융합 기반이 되는 핵심 기술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SW 산업 경쟁력은 OECD 국가 중 14위에 불과하며 세계 SW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8%에 그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SW 가치에 대한 인식 부족, 기술력 부족, 인력 문제 등의 요인이 크다. IT업계 판도가 SW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거대 SW 기업 위주로 재편되는 SW 중심 시대에 이제라도 SW에 대한 투자를 재점검하고 원천기술과 인력을 양성하는 등 근본적 체질개선을 할 때다.
SW 업계 현실을 직시하면 품질보다는 단가 경쟁으로 바람직한 SW 생태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 즉, 체계적으로 SW를 설계, 개발, 시험하는 경우가 드물어 품질저하를 초래하고 유지보수 비용이 늘어나는 악순환의 함정에 빠졌다. 또한 요구사항을 잘 관리해 추적성·재사용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SW 파워가 제품과 기업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SW개발 혁신은 SW개발을 코딩차원에서 접근하는 대신 SW공학을 접목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SW공학이란 전자공학, 건축공학, 토목공학처럼 SW개발도 기획부터 유지보수에 이르는 라이프사이클 전체에 걸쳐 기술, 인력, 프로세스 등을 체계적·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기술이다. 개발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하고 궁극적으로 SW가치를 향상시키려면 SW공학 기술을 균형있고 조화롭게 개발에 적용해야 한다.
선진국 자동차 업계에서는 오토모티브(Automotive) SPICE 또는 CMMI 인증을 요구한다. 항공분야에선 DO-178B 인증을 획득해야만 한다. 선진국에서는 SW공학을 실제로 개발에 적용하고 있으며 관련 기술의 개발, 전문 인력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SW공학 수준 점수가 최하위 수준인 ‘Absent’로 선진 수준에 한참 뒤처진다. 해외 선진 SW업체들이 SW 품질확보에 SW공학과 개발도구를 적극 활용하는 반면 우리나라 SW산업은 이보다 10여년 뒤져 있다.
나는 SW 품질 및 성능을 개선하고 재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DO-178B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처음에는 문서화, 테스트 증가, 개발·검증 도구의 구매 등으로 인해 개발기간과 비용이 증가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SW 신뢰성과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됐고 이후 프로젝트에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다.
올해 국제 표준화가 완료될 예정인 자동차 기능 안전성 규격 ISO 26262 역시 자동차 개발 초기부터 생산, 폐기에 이르는 전체 생명주기에서 자동차와 부품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개발 프로세스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엔 SW 공학 프로세스가 필수적으로 포함된다. SW 공학 투자는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발생하고 타임투마켓 측면에서 부담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제품품질 및 생산성 향상, 기업 경쟁력 강화 효과가 있다.
SW공학을 제대로 도입하려면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학교 교육부터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이론과 실습이 조화된 SW공학 커리큘럼을 확대해 SW공학 인력양성에 힘쓰고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고급 SW아키텍트가 배출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SW개발 전 과정에 SW공학 기술을 적용하고, 각 단계에 적합한 개발 도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숫자는 적을지라도 양질의 인력을 배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SW생태계도 자연스럽게 선순환 구조로 변모할 것으로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