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기계 국감후기

 지난주 대덕연구단지에서 마무리된 과학기술계 국정감사는 해마다 되풀이 되는 ‘도돌이표식’ 질문과 구태가 여전했다는 평가다.

 과학기술계 최대 현안은 뭐니뭐니 해도 정부가 주도하는 과학기술계 구조개편이다. 현 정부들어 과학기술계 컨트롤타워 부재로 촉발된 거버넌스(지배구조) 개편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번 국감에서 핵심 현안은 전혀 관심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과학기술계 고질적인 병폐로 꼽고 있는 PBS(연구과제중심제)나 핵심 연구원 이직률 증가, 비정규직 증가, 여성과학자 및 장애우 고용률 저하, 정년연장, 출연연 고임금 및 기술료 사용 등이 올해에도 재탕 삼탕 거론됐다.

 과기계 국회의원들의 전문성 확보도 과제다. 전문지식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질타·모욕성 질의와 꼬집기, 생채기 내기는 여전했다.

 이번 국감 백미는 KAIST에 쏠린 의원들의 추궁이었다. 서남표 총장 퇴진과 방만한 예산운영, 부진한 연구실적 등이 집중 거론됐다. 하지만 핵심인 KAIST 학생의 연이은 자살사건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대책 마련보다는 개인에 대한 질타에만 집중했다.

 심지어 지난해 국감자료를 들고 나와 올해 피감기관이 아닌 출연연 기관장을 심하게 질책하는 행태까지 보여줘 씁쓸함을 자아냈다.

 일부 출연연은 연구소기업과 창업기업의 경우, 당초 취지와 배경 설명도 잊은 채 의원 질의에 수긍하며 기관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식의 발언으로 일관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일부 의원의 막가파식 질의에 출연연 기관장들이 ‘예스’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여 주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정감사는 연례적인 일회성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정책국감의 모습이 아쉽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