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업 상생전략도 업그레이드를

 동반성장이 대기업 기업문화에 스며들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가 200대 기업 추진 성과를 분석한 보고서다. 보고서는 전담 조직을 두거나 동반성장 실적을 인사평가에 반영하는 대기업이 급증했다고 전한다. 대기업 이익단체의 주장임을 감안해도 중소 협력업체를 바라보는 대기업의 시각이 이전보다 따뜻해진 것은 사실이다.

 대기업 총수가 협력업체를 방문하는 일이 잦아지고 상시 소통 채널도 많이 생겼다. 납품 단가 조정과 대금 지급 관련 제도 개선도 활발하다. 문제는 중소 업체 체감 온도가 그다지 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지난달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협력업체 500곳 가운데 동반성장 인식에 ‘변화 없다’는 응답이 60.4%로 가장 많았다. ‘악화됐다’는 응답도 8.8%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인식 불일치엔 이유가 있다. 많은 중소기업은 최근 대기업의 다양한 상생 노력을 스스로가 아닌 정부 등 외부 압박에 의한 것으로 여긴다. 오해일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이 이 오해를 풀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대기업은 조금 더 고민한 상생전략을 내놔야 이 시일을 더 당긴다. 어제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사업 총괄이 미국 반도체장비회사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AM), 국내 부품소재기업과 함께 한 3각 제휴는 좋은 사례다.

 삼성전자DS총괄은 한국 부품소재 중소기업이 개발한 제품을 쓴 AM 장비를 적극 구매한다. AM은 삼성전자DS에 더 많이 납품할 수 있어 좋다. 중소 부품 소재기업은 안정적인 판로와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도 얻는다. 삼성전자가 직접 중소기업에 지원하지 않고도 이렇게 도울 수 있다. 원하는 것을 제때 주는 것이야말로 거창한 상생구호보다 더 중소기업을 감동시킨다. 대기업 상생전략에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