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넘게 쏟아진 태국의 집중 호우는 간신히 잦아들었지만 홍수 피해가 세계 IT 산업으로 확산될 위기에 처했다.
PC를 시작으로 서버와 영상 전자제품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생산에 큰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태국은 세계 HDD 생산의 60%를 차지한다. 히타치와 도시바 등이 방콕 북부 나바나콘 공단에 입주해 있다. 나바나콘 공단은 17일부터 홍수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 히타치는 이미 감산에 들어갔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18일 HDD 공급 부족을 우려했다. 대만 PC 제조업체는 “11월 이후 HDD 공급이 달릴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연말 성수기를 앞둔 시점이라서 PC와 비디오카메라 등 업계는 태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HDD 부품 공장의 피해다. 홍수 피해를 입은 지역에는 TDK와 일본전산 공장이 있다. TDK는 HDD의 데이터를 읽고 쓰는 ‘자기 헤드’를 만든다. 일본전산은 HDD를 움직이는 모터 전문 업체다.
자기 헤드와 모터는 HDD의 필수 부품이고, 두 회사 모두 세계 시장 점유율이 90% 이상이다. 홍수 피해로 인한 생산 차질의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태국 각지의 HDD 공장 조업 재개까지는 TDK와 일본전산의 복구가 전제돼야 한다.
비단 IT 산업뿐 아니라 태국 홍수는 자동차 등 제조업 전반에 타격을 입혔다. 혼다는 태국 부품 공장이 침수되면서 말레이시아 완성차 공장 생산량을 줄였다. 전체의 8%를 태국에서 생산하는 도요타 역시 조업 중단으로 피해를 받았다.
태국은 일본 기업의 생산 기지다. 일본 기업이 태국에 투자한 금액은 2010년 말 기준으로 2조3000억엔에 달한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2위다. 일본 기업이 태국 현지 법인에서 얻는 투자 수익은 2010년 3542억엔(약 5조2900억원)이다. 미국 투자 수익 2459억엔을 능가한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