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무를 총괄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제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임주환 고려대 객원교수는 18일 열린 IT리더스 포럼에서 “IT 업계에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기업과 시장을 연결하는 고리를 만드는 것”이라며 “기술 개발과 시장을 유연하게 연계할 수 있는 종합적인 IT정책과 이를 추진할 수 있는 IT컨트롤타워가 시급히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IT리더스 포럼은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조찬 모임 형태로 열렸으며 임 교수는 ‘우리나라 IT의 당면 과제’라는 주제로 1시간가량 강연했다.
임 교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 9월 1일부로 고려대 객원 교수로 위촉됐다. 정부·연구기관·학교를 두루 거친 IT업계 전문가인 임 교수는 IT가 추락한 결정적인 배경으로 거버넌스 체제가 무너진 점을 꼽아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임 교수는 “지난해 IT 수출 규모는 1240억달러에 달했다”며 “이로써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규모 4663억달러 3분의 1에 육박할 정도로 비중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IT가 국내 경제를 이끄는 중추 산업으로 성장하고 주요 국가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진 데는 결정적 순간에 기술 개발에 과감히 투자하는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기술 성과로는 IT 태동기인 1986년 TDX교환기, 1996년 CDMA기술, 2006년 와이브로와 DMB를 꼽았다. 초기에 기술 모방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CDMA를 통해 기술 자립에 성공하고 2006년 원천 기술을 보유하면서 기술 선도 국가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이런 성과가 가능한 것은 편하고 쉬운 길을 택하기보다는 어렵지만 개발 이후 우리나라가 주도할 수 있는 원천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당시에 IT 분야는 수요가 풍부했고 공급 능력이 곧 시장으로 이어지는 등 기술과 시장을 연계하는 일관된 정책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는 IT가 기능별로 쪼개지면서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경부는 IT융합을 추진 중이지만 예산이 크게 줄었고 행정안전부는 해외 IT지원 프로그램이 대폭 축소됐으며 문화부는 콘텐츠 분야 성과가 미약했다고 비판했다. 그나마 핵심 부처인 방통위도 지난 기간 동안 IPTV, 종편 채널, 통신요금 인하 등에서 가시적인 정책을 내놓았지만 사실상 큰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기술과 시장을 제대로 읽으면서 미래에 투자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정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컨트롤타워가 부재해 전문성 면에서 떨어지고 누구도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이 같은 사태가 빚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교수는 마지막으로 IT업계에 필요한 세부 과제로 폭증하는 유무선 트래픽에 대비하기 위한 인프라 확충과 무제한 사용 요금제 폐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여유 주파수 대역 가운데 최소 100㎒ 이동통신용으로 확보 등을 꼽았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