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디지로그 한마당 그리고 오타쿠

  [월요논단]  디지로그 한마당 그리고 오타쿠

 사람과 놀이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네덜란드의 역사학자이자 문화이론가인 요한 후이징가는 1938년 저술한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에서 인간의 기능 중 놀이는 가장 근본적인 것이라고 설파했다. 독일의 극작가 프리드리히 쉴러는 인간이기에 놀이를 할 수 있으며, 인간은 놀이를 할 수 있어야 완전해진다고 말했다. 놀이는 즐거움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하는 활동이며, 문화 문명의 진화와 사회의 변천에 따라 인기 있는 놀이는 바뀌어 왔다. 요즘 우리 사회 놀이문화의 총아는 디지털 게임이다. 우리 국민의 20% 이상이 게임을 여가활동으로 선호하고, 게임 유저가 20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디지털 사회에서 게임은 필수품이 되었지만 그 폐단 또한 있게 마련이다.

 오늘의 발달한 PC환경은 문명적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오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이버 세계에 함몰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사이버 놀이의 즐거움에 빠져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세상과 단절한 채 PC와의 대화가 최고의 선인 양 착각하면서 세월을 보내는 바람직하지 못한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가상 현실과 실제 사회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면서 방황하는 문화적 경계인들이 나타나고 있다. 모니터 앞을 못 떠나고 방안을 맴도는 것이 편한, 일찍이 문명사상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인류, 오타쿠(Otaku, お宅)가 출현한 것이다. 청년기를 마치도록 실존의 사회로 돌아오지 못하는 오타쿠는 가족들에게 많은 고통을 줄 수 있고, 높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 아울러 우리 문화의 자부심이며 세계적 주도권을 잡고 있는 온라인 게임 산업의 입지를 좁히고 미래를 어둡게 할 수도 있다.

 이제는 현실 사회로의 귀환, 실체성 회복을 도와 게임 오타쿠 구하기에 나서야 한다. 연구와 발명의 달인이었던 아인슈타인이나 에디슨 같은 연구 오타쿠들은 연구실에 틀어박혀 사회성은 떨어졌지만 명석한 두뇌와 몰입으로 문명 창조에 많은 기여를 했다. 게임 오타쿠들의 대부분이 두뇌가 명석하다고 한다. 이들의 존재를 양성화하고, 그림자 속에서 걸어 나와 건강한 디지털 창조의 세계에서 밝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더불어 게임은 인생의 일부며, 평생 같이 가는 현실의 동반자임을 체험으로 깨닫게 할 필요가 크다. 아날로그적 체험의 불을 지펴 리얼한 사회로의 복귀를 도와야 한다. 부정적 시각을 털어 내고 긍정적으로 적극적인 프로그램을 만들면 의외로 쉽게 풀 수 있는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의 달인들인 그들이 아날로그의 실체적 현실 속으로 합류하는 것은 우리 PC 게임의 세계적 강자 지위를 강화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디지털 게임 부작용의 최소화에는 아날로그 게임의 밝은 광장이 필요하다. 디지털 게임이 바둑, 장기, 당구 등과 같은 아날로그 게임과 만날 때 엄청난 결합 에너지가 생겨나고, 상호 교차를 통한 멋진 하이브리드가 생겨날 수 있을 것이다. 넓은 벌판에 50만명이 모인 우드스톡 페스티벌이 대중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것처럼 IT 강국으로서 디지털 게임과 아날로그 게임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형식의 게임 페스티벌로 게임문화의 새 장을 열자. 디지털 게임의 새 버전을 아날로그 게임의 무대에서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게임에 목말라 있는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의 수십만 오타쿠들을 디지로그 축제의 한마당으로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아날로그 마인드로 재충전한 오타쿠들이 세기의 창조성을 발휘하고 건강한 디지털 문화를 만들어 가는 모습을 그려 본다.

 김종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kimjongmin@gamecultur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