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과 방송, 두 가지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융합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연구개발(R&D)을 거친 후에는 이를 실제에 적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방송 시장은 R&D를 통해 다양한 형태의 포맷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시장 성장에서는 정체를 겪고 있다. R&D를 짚어본 ‘1부 R&D를 업그레이드하자’와 통신산업 분야에 대해 전망했던 ‘2부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자’에 이어 ‘3부 방송 산업 4C를 일으키자’에서는 답보 상태에 빠진 방송 시장을 진단하고 비전을 모색한다.
지난 7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이동통신 재판매(MVNO) 서비스에 케이블TV사업자(SO)가 하나둘씩 뛰어들고 있다. 티브로드 계열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이 선불제 서비스를 시작했고, CJ헬로비전이 이번 달 MVNO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지난 8월에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에서 제4 이동통신 그랜드컨소시엄에 참여한다는 뜻을 밝혔다. 방송사업자가 이동통신 시장에 속속 발을 들여놓고 있는 모양새다. 통신사업자가 지난 2008년부터 시작한 IPTV가 기존 가입자를 잠식해 들어오는데다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유료 방송 시장을 탈출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겠다는 의도가 명확하다. 새로운 먹거리 찾기는 이제 사활을 건 문제가 됐다.
◇방송사업자 매출액 정체=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지난해 말 내놓은 ‘방송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방송 시장은 총매출액이 10조원 안팎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있다. 2006년 9조8509억원, 2007년 10조5344억원, 2008년 9조8130억원, 2009년 10조128억원을 기록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표한 ‘2010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를 참고하면 지난해 방송사업자 총매출액은 10조258억원이다. 방송 사업만으로는 더 이상 시장 확대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TV수상기 보급 대수는 2009년 2113만1182대로 거의 전국 가구당 한 대 이상을 가지고 있다. 기존 방송 시장에서라면 더 이상의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보게 하거나, 지금까지 제공하던 콘텐츠에 더 비싼 값을 받거나 경쟁사의 매출을 가져오는 방법밖에는 방송사업자가 성장할 수단이 없다.
더 이상 규모가 커지지 않는 시장을 놓고 서로 뺏고 빼앗는 구도가 형성되다 보니 방송가에는 각종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상파 사업자와 SO 간 재송신 대가 산정 문제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상파와 위성방송 KT스카이라이프가 대가 지급 문제를 놓고 싸우다가 지난 4월과 5월 실제로 수도권 지역 고선명(HD) 지상파 방송이 송출 중단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SO와 KT 사이에서도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 결합상품과 저가 IPTV 서비스를 놓고 SO에서는 계속 문제제기를 해왔다.
<방송사업자 총매출액 추이>
(자료: KISDI, 방통위 발표 자료 종합)
<유료방송 가입자 현황>
(자료:KISDI, 유료방송가입자 수)
◇4C로 운영되는 방송사업=방송사업자가 기댈 수 있는 수익은 크게 네 가지 축으로 이뤄져 있다. 광고(Commercial), 유료과금(Charge), 콘텐츠 및 저작권(Contents&Copyright), 융합서비스(Convergence)다.
광고계 동향 2월호에서는 국내 광고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8조4500억원으로 집계하고 있다. 광고주협회의 올해 조사에 따르면 약 8조9168억원으로 전망된다. 박현수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오는 2014년까지 방송광고는 2조0237억원, 1조9977억원, 2조75억원, 2조175억원으로 소폭 줄었다가 소폭 늘었다를 반복할 것으로 예측했다.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2008년 2000만을 넘은 뒤 올해 2200만을 넘었다. 하지만 디지털케이블TV 전환 가구가 기존 공시청망 가입자로 그대로 등록돼 있는 경우도 상당수라 증가폭을 단정짓기는 어렵다. 기대를 모았던 IPTV 가입자가 올해 말 500만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중 절반 가까이는 기존 유료방송 매체의 가입자를 빼앗아 온 것에 불과한 셈이다.
방송 콘텐츠와 저작권으로 얻는 수익은 아직까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지상파 방송사의 영향력이 방송 시장 전체의 60%를 넘는 쏠림 현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융합서비스는 통신망이 고도화되고 스마트기기가 확산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N스크린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웹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 미국 훌루(hulu)처럼 방송사업자끼리 협력 모델도 등장했다. 융합 바람은 광고, 유료과금 시장,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인식과 서비스의 개념까지 뒤바꿨다.
◇방통 융합이 가져온 기회=방송과 통신이 결합함에 따라 방송 산업도 발전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방송 시장은 지상파·SO·위성방송·PP 울타리를 벗어나게 됐다.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생태계를 구축하는지가 사업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 기기 제조사, 인터넷 포털 업체 간 협력도 종종 눈에 띈다. KBS와 KT는 스마트 네트워크망을 이용한 콘텐츠 유통에서 서로 협력한다. SBS는 콘텐츠허브를 통해 삼성 스마트TV와 협력한다. MBC는 지난 21일 구글 유튜브에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CJ 헬로비전은 삼성 스마트TV와 N스크린 서비스 협력을 단행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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