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과기계를 슬프게 하는 것들

현 정부의 레임덕 논란이 다시 제기됐다.

 내년이면 대통령 임기가 끝난다. 하지만 과학기술계에 대한 정책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게 없어 보인다. 당연히 성적표도 없다. 과학기술 선진화 방안 차원에서 4년 전부터 보고서는 만들었지만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다. 실행은 늘 지지부진했다.

 가장 최근 만들어진 출연연 발전민간위원회의 개편 보고서는 간 곳도 없다. 출연연이 2억 원씩 차출해 만든 26억원짜리 외국 컨설팅회사 보고서는 캐비닛 속에 먼지만 쌓여간다.

 취임초 “과학기술계는 과학기술인들이 스스로 알아서, 자율로 만들어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던 대통령의 발언은 잊혀진지 오래다. 이런 것들이 과학기술계를 슬프게 한다.

 과학기술 정책에도 이제 마지막을 정리할 ‘출구전략’이 필요하지만 부처 간 이기주의로 인해 정책 조율마저 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진전이 없다.

 정부 정책집행도 진척이 없다. 매번 허사였다. 누군가 과기정책을 비틀고, 집행하지 않거나 시간끌기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한 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다. 연구기관을 지나치게 지치게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시작된 출연연 감사는 현재도 감사원 감사 중이다. 감사팀 자체감사에 소관부처 감사,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로 이어졌다. 감사 내용을 들여다보면 크게 주목 끄는 내용도 안 보인다. 출장을 제대로 갔는지, 그 기간에 골프는 치지 않았는지, 저녁때 야근하면서 야근식대는 어떻게 처리 했는지 등을 파악 중이다.

 출연연은 정부기관의 맨 아래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해 놨다. 버리자니 아깝고 줍자니 어쭙잖은 연구기관만 때려잡고 있는 셈이다. 적어도 대통령 의중은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하며 위안을 가질 뿐이다.

 사실 몇몇 출연연의 경우 비자금 조성 등 연구비 부정유용사태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박사들은 선량한 연구자들이다.

 과학기술계를 슬프게 하는 것들 중에는 용두사미가 된 정책들도 많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예산이 4100억 원에서 2100억 원으로 줄었다. 기초과학연구원 건립예산은 8000억 원에서 3200억 원으로 줄었다. 예산이 바닥이니 사업추진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차세대 IT를 위한 기가 코리아 사업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끝냈지만 예산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등 공모중인 기관장 후보들의 진흙밭 싸움도 과기계를 슬프게 한다.

 출연연에서는 이제 더 이상 아무 얘기도 하지 않으려 한다. 관심이 없다. 과학기술계는 현안 순위에서도 밀리고, 그렇다고 실적이 잘 나와 예쁜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닌, 그야말로 찬밥신세다. 이래저래 되는 게 하나도 없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