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이동통신 LTE 서비스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가 고부가 인쇄회로기판(PCB) 시장에 새로운 촉매제로 등장했다. 최근 성장성을 잃은 것으로 지목됐던 휴대폰용 경성 고밀도주기판(HDI)과 고다층기판(MLB) 시장이 LTE와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만나면서 다시 몸값을 올리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LTE 스마트폰용 고가 경성 HDI 발주량을 두 배로 늘렸다. 덕분에 PCB 협력사인 삼성전기·대덕전자 3분기 HDI 사업 실적은 급속도로 개선되는 추세다. LTE용 HDI는 사용되는 반도체 칩수가 많고 신호량이 많아 회로 연결이 복잡하고 얇은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 제조하기 힘든 대신 판가는 종전 제품보다 30~40%나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와 대덕전자 두 업체의 경성 HDI 라인 가동률은 지난 8월 70~80% 수준에서 불과 두 달 만에 풀가동 수준에 육박했다. LTE 스마트폰용 HDI는 공정 단계가 많아 라인당 회전율이 떨어지는 반면, 수요는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HDI 시장은 휴대폰 제조사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데 그동안 국내 PCB 업계와 경쟁해왔던 일본 업체들은 반도체 기판에 주력해왔다”면서 “따라서 국내 LTE 스마트폰용 HDI 시장에 일본 경쟁사들이 진입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MLB 시장도 LTE 및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 덕분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모바일 트래픽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통신 사업자들이 보유한 기존 서버와 장비로는 데이터 처리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통신 사업자들이 LTE 기지국 투자를 서두르자 MLB 수요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스위치·라우터 시장 선두 업체인 시스코만 해도 최근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2분기부터 통신 사업자들로부터 발주량이 10% 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코에 MLB를 공급하는 국내 PCB 업체 이수페타시스는 공급 물량을 맞추기 위해 라인 가동율을 높이는 동시에 수율 향상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덕전자도 삼성전자 LTE 기지국 수요 덕분에 3분기 MLB 사업 매출이 전 분기 대비 11% 증가했다.
한 PCB 업체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 수요를 타고 연성 기판과 반도체 기판 시장이 급성장한데 비해 경성 기판 시장은 수요 부진과 판가 인하 압박으로 침체를 겪었다”면서 “그러나 LTE 스마트폰 시장이 확산되면 고부가 경성 기판 시장 또한 다시 상승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