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 부족과 그에 따른 가격 급등에 대처하기 위해 31일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미 전역에서는 암치료제와 마취제, 응급의약품, 정맥주사용 전해질 수액 등 주요 의약품의 부족으로 해당 약품의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올라 환자의 치료가 지연되거나 약효가 떨어지는 대체 의약품에 의존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법률안이 의회에 제출돼 있으나 공화·민주 양당 간의 알력으로 법안 처리가 1년 가까이 지연됨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력을 통해 긴급 대응에 나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앞서 주택구입 자금 상환에 애로를 겪고 있는 주택 보유자와 학자금 조달이 어려운 대학생, 취업난에 시달리는 퇴역군인 등을 돕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오바마가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은 식품의약국(FDA)에 대해 부족 의약품에 대한 보고 범위를 확대하도록 하고 제약회사의 의약품 생산라인 변경 심의를 신속히 하는 한편 재고 부족을 틈타 폭리를 취하는 사례에 관해 법무부에 관련 정보를 넘겨 조사에 나서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약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의회가 초당적으로 관련법률안을 처리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그러나 의회가 조치를 취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 행정력을 동원키로 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정명령의 주요 내용은 상·하원에 계류 중인 법안에 이미 반영돼 있다.
의약품 부족사태가 계속되면서 일부 의약품 유통업자들이 재고가 부족한 의약품을 `회색시장(grey market)`으로 빼돌려 폭리를 취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의회 차원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다.
FDA가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약품으로 분류한 품목은 2006년 56개였으나 지난해 178개로 늘었고 올해는 이미 200개가 넘어선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