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새로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세상 ‘K앱스’ 문이 열렸다. K앱스는 글로벌 통합 앱 마켓 표준 ‘WAC 2.0’ 규격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앱 도매장터다. 특정 운용체계(OS)에서만 구동되는 ‘네이티브 앱’을 벗어나 OS에 관계없이 유통 가능한 새로운 앱 생태계를 열 것으로 기대된다.
같은 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는 K앱스 개설을 기념한 출범식과 콘퍼런스가 열렸다. 이날 누구보다 분주히 행사장을 오가고,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이 있다. K앱스 출범을 총괄한 이진우 한국통합앱스토어재단 이사장(SK플래닛 대외협력실장)이다. 이 이사장은 4년 전 SK텔레콤 데이터사업본부장으로서 ‘T스토어’ 등을 준비하며 앱 마켓과 연을 맺었다.
이 이사장은 HTML5를 기반으로 여러 OS를 지원하는 웹 앱이 미래 앱 마켓의 주류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기존 네이티브 앱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그는 “네이티브 앱과 웹 앱 간에 서로 뚫고, 뚫으려는 피 튀기는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K앱스가 초기에는 현 시장을 장악한 네이티브 앱과 힘겨운 싸움을 펼치겠지만 HTML5가 확산되고 다양한 앱이 출시되면 빠르게 세력을 넓혀갈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 이사장은 “세계 앱 플랫폼 시장이 들썩이는 상황으로 지금이 아주 중요한 시점”이라며 “우리나라가 K앱스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통신사가 K앱스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각 사의 앱 경쟁력도 차별화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이사장은 대형마트를 예로 들었다. 이마트·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모두 같은 A라면을 팔지만 매장 마다 판매량이 다른 것처럼 앱 마켓 역시 같은 앱을 유통하더라도 결과는 다르다. 그는 “기본 상품뿐 아니라 상품진열, 매장 운영, 고객지원 등의 차이가 곧 사업 성과의 차이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K앱스가 웹 앱 도매장터에서 앞서 나갔지만 이용자 환경을 무시한 채 무조건 빠르게 치고나가는 것은 경계해야 할 점이다. 이 이사장은 “딱 한 걸음만 앞서 나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두 걸음 빨리 가면 시장·소비자 흐름과 동떨어져 실패하기 쉽고, 반대로 한 걸음만 늦으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뜻이다. 모바일 결제 서비스모델이 10년 전 나왔지만 이용자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고, 인프라 역시 부족해 당시에는 별다른 성과를 못 거둔 것이 한 예다.
이 이사장은 “시장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여 적절한 시기에 한 발 앞선 서비스를 내놓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과정에서 갈라파고스식이 아니라 세계 시장과 맞춰 나가는 개방,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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