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세계 TV시장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 소식이 둘 있었다. 하나는 소니가 TV사업부를 구조조정한다는 외신 기사다. 다른 하나는 삼성전자가 스마트TV 글로벌서비스플랫폼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애저’를 쓰기로 했다는 발표다. 과거와 현재 TV왕국의 희비가 교차한다.
TV사업부를 분할한 소니 구조조정의 목표가 뭔지 확실치 않다. 뚜렷한 것은 TV 직접 생산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이다. 원가 경쟁력을 높여 옛 영광을 찾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쉽지 않은 길이다. 이미 삼성전자에 1위를 빼앗긴 데다 LG전자까지 가세해 소니의 입지와 브랜드 가치 모두 떨어진 상태라서 그렇다.
소니 몰락은 한국 업체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판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판TV 시대에 가격 경쟁력의 중요성을 너무 늦게 알았다. 콘텐츠도 게임 사업과 영화사 운영만으로 충분할 것으로 착각했다. 브랜드 힘을 낙관해 하드웨어-서비스가 연결된 생태계 변화에 둔감했다. 이것이 MS의 ‘애저’ 파트너로 소니가 아닌 삼성전자가 된 이유다.
소니의 아웃소싱은 우리 LCD업계에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패널 가격 하락에 허덕이는데 ‘큰손’인 소니에 공급할 물량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니와 협력할 대만, 중국 TV제조사를 대만과 중국 LCD업체에 빼앗겨선 곤란하다. 중국 TV제조사도 경계해야 한다. 중국산 TV는 가격뿐만 아니라 품질도 최근 크게 발전했다.
이 점에서 삼성전자가 MS와 함께 만들 글로벌 TV서비스 플랫폼이 매우 중요하다. 중국 TV제조사뿐만 아니라 애플, 구글과 같은 미래 도전자를 물리칠 수단이기 때문이다. 대응을 게을리 하면 우리 TV산업의 미래도 소니처럼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