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 있어도 성장한다는 통신업계의 자신감은 과거형이 된 지 오래다. 부지런히 움직여도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것이 통신업계의 현실이다. 통신 3사 내년 사업계획이 공격경영을 포기하고 긴축경영으로 기우는 것은 시계 제로에 가까운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내년 기상도는 흐림=올해 통신업계는 이동통신요금 인하를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매년 반복되는 요금인하 논란이지만 올해는 정치권 파상공세까지 더해졌다. 결국 3개 통신사가 매출규모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기본료를 1000원씩 인하하는(LG유플러스 11월 인하 예정) 초유의 상황이 빚어졌다.
문제는 내년이다. 총선과 대선 등 대형 정치 이벤트가 예정돼 또 한 번 외적인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예고하듯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부분 국회의원이 가입비 면제를 비롯한 통신요금 추가 인하를 요구했다.
규제 리스크가 높아지는 가운데 사업환경 역시 통신사에 불리하다.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모바일메신저 등 기존 통신사 영역을 잠식하는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수익성은 낮아지고 있다. 1위 이동통신사업자 SK텔레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17.2%, 전 분기 대비 19.4% 감소했다.
◇LTE·B2B사업에 기대=통신업계는 내년 돌파구를 LTE와 B2B 신사업으로 잡았다. LTE는 하락세인 ARPU를 반등시켜줄 기대주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가 각각 내년 500만, 400만 가입자를 목표로 세웠지만 가입자 수보다는 고가 요금제 비중에 초점을 맞췄다. 4만5000~5만5000원 기본요금제가 주를 이루는 3G 스마트폰 가입자를 6만원 이상 LTE 요금제로 전환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히 가입자를 늘리는 무리한 마케팅 공세는 지양한다.
B2B 사업은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오피스, u헬스케어 사업이 주 공략대상이다. SK텔레콤과 KT가 연말과 연초 순차적으로 u헬스케어 합작사를 설립한다. 올해 시범사업 수준에 머문 클라우드 컴퓨팅도 내년 본격적인 매출 확대를 노린다.
◇규제변수가 걸림돌=증권가는 통신업계 실적이 내년 하반기 회복될 것으로 점쳤다. ARPU가 높은 LTE 가입자가 늘면서 기본료 인하 충격을 흡수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변수는 규제리스크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통신요금 인하 요구가 거세지면 LTE요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해 스마트폰 혜택을 온 국민이 누려야 한다는 논리로 3G 요금인하를 요구한 것이 LTE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B2B사업 경쟁력 확보도 관건이다. 통신 3사가 유무선 컨버전스를 앞세우며 정보통신기술(ICT)사업을 강화한 것은 불과 1~2년 전이다. 회선 사업을 넘어 ICT 사업역량을 갖췄을지는 미지수다.
통신업계가 바라보는 B2B 시장은 블루오션이 아니다.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가 이미 장악하고 있는 시장이다. 통신사 측면에서는 신규 사업이지만 시장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A통신사 정책연구 담당자는 “여러 모로 시장 상황이 불투명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생존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통신사 모두 잘 알고 있다”며 “내년 신서비스와 신사업을 추진하되 불안정한 시장 상황을 감안해 사업 강도와 방식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신업계 설비투자(CAPEX) 추이> ※자료:각 사(2012년 이후는 한국투자증권 추정치, KT·SK텔레콤·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4사 기준) (단위:억원, %)
<2012년 통신업계 전망>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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