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 <67> 데꿀멍

 울부짖고 뒹굴며 간절히 용서를 구하는 행위.

 ‘개, 돼지처럼 울부짖으며 데굴데굴 바닥을 구르다’의 준말이다. 그 정도로 간절하게 매달리며 용서를 구한다는 뜻이다. ‘손이 발이 되도록 빌다’와 비슷한 의미지만 전하는 임팩트는 훨씬 강렬하다. ‘데굴데굴 꿀꿀 멍멍’의 준말로도 통한다.

 이 표현은 2007년 개정 저작권법 시행으로 온라인에서 만화나 영화 등 저작물을 불법 다운로드하거나 공유한 사람들이 대거 고발당하기 시작한 시기에 등장했다. 디씨인사이드 만화 갤러리의 한 사용자가 저작권법 위반으로 경찰서에 잡혀 온 고등학생이 형사에게 “제발 집에는 전화하지 말라”고 발버둥치고 떼를 쓰며 “막 진짜 개돼지처럼 울부짖으면서 사무실 바닥을 데‘꿀’데굴 굴러다녔다구”라는 글을 올린 데서 유래했다.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소당한 사람의 상황을 과장스레 묘사한 이 글이 인터넷에서 큰 반응을 얻어 자주 쓰이게 되면서 ‘데꿀멍’이란 축약어가 자연스레 퍼졌다. ‘데굴데굴 구르다’의 준말이라면 ‘데굴멍’이 맞지만 원본 글에 ‘데꿀데굴’이란 오타가 난 것에 착안, ‘데꿀멍’으로 굳어졌다.

 여기에 점점 살이 붙어 심지어 경찰의 다리를 붙잡고 ‘구둣발을 핥으라’는 충고도 나왔다. 저작권법 개정에 따른 일부 법무법인의 무차별 고소 행각에 패닉한 당시 인터넷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한 표현이다.

 맘에 안 드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하다간 데꿀멍하게 됩니다’라는 식으로 쓰인다.

 본래 ‘잘못을 용서해 달라고 싹싹 빌다’란 뜻이었지만, 많은 인터넷 신조어가 그렇듯 어느새 다른 뜻으로도 쓰인다. 동물 울음 소리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말, 무의미한 주장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흘러나오기’라는 뜻의 옛 프랑스 단어 ‘d〃coulement’과는 발음은 같지만 무관한 단어다.

 

 * 생활 속 한마디

 A: 480인조 걸그룹을 조직해 안드로메다에 한류 열풍을 일으킨다는 우리 사업 계획은 문제가 있어요.

 B: 그런 소리 하다 회장님 앞에 끌려가 데꿀멍할 수 있습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