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인터넷을 말한다]망 중립성 기본 원칙과 접근 방안 고민하자

망중립성 논란에 따른 생태계 악순환 예상 시나리오
망중립성 논란에 따른 생태계 악순환 예상 시나리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망 중립성 논란에 따른 생태계 악순환 예상 시나리오

 지난 7월 NHN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계약하고 자사 포털 네이버에서 프로야구 모바일 중계를 시작했다. DMB 없는 스마트폰 사용자도 중계를 놓치지 않으려 퇴근 후 종종걸음하지 않고도 프로야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프로야구 모바일 중계는 얼마 안 가 슬그머니 축소됐다. 3G 망이 아니라 와이파이 망에서만 볼 수 있도록 변경된 것. 동영상이 자주 끊기는 등 서비스 품질이 저하된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해명이다.

 네티즌 사이에선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관리하지 못한 NHN에 대한 비난과 함께 통신사들에 대한 의혹도 일었다. 데이터 폭증을 이유로 무언의 압력을 가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네이버 프로야구 모바일 중계가 시작된 후 통신 업계에서 데이터 부담과 관련된 불만을 토로한 것이 근거로 꼽혔다.

 이에 앞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유료화 소문이 퍼지면서 인터넷 여론이 술렁이기도 했다.

 이처럼 데이터와 네트워크 문제, 즉 망 중립성은 통신 및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는 현대인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정해지는지에 따라 네티즌은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더 내거나 지금까지 편리하게 사용하던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달 중 발표를 공언한 망 중립성 정책은 통신사나 인터넷 업체만의 문제가 아닌 이유다. 소비자는 네트워크와 콘텐츠, 서비스를 모두 이용한다. 스마트폰 시대 사용자들은 더 많은 생활을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누리고 싶어한다. 데이터 수요도 늘고, 이를 보다 쾌적한 망에서 즐기길 원한다.

 그래서 트래픽 폭증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주목된다. 서로 망 부하 주범 혹은 망 투자 의무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IT 생태계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트래픽 폭증은 데이터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장기적으로는 데이터 매출 증가를 의미하기도 한다. 망 상태가 안 좋아지면 콘텐츠 업체도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통신 업계와 콘텐츠 사업자가 상생할 수 있는 에코 시스템에 관심이 쏠린다. 정책적 원칙 확립과 트래픽 관리라는 기술적 측면을 모두 반영한 접근이 필요하다.

 전길남 KAIST 명예교수는 “인터넷 생태계를 진화시키면서 발전시키고 계속적으로 좋은 혁신이 나오게 하는데는 망 중립성이 필수”라며 “앞서가는 IT 서비스가 계속 나오는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생태계와 관련한 이슈들을 잘 조정하며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망 중립성 기본 원칙은=IT 생태계 전반의 운영 원리가 되는 망 중립성 접근 원칙을 큰 틀에서 정책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투명성 보장과 차단 금지, 차별 금지 3원칙을 정한 ‘망 중립성 고시(Open Internet Rules)’를 발표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처럼 한국적 상황에 맞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인터넷 서비스에 영향을 주는 네트워크 관련 정보나 의사 결정 절차 등에서 투명성 확보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최근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이 스마트폰에서 성인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자 한 것이 모바일 트래픽 관리를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일었다. 얼마나 어떻게 투명성을 유지할지 논의가 쉽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합법적 콘텐츠나 서비스, 통신망에 유해하지 않은 기기를 차단할 수 없다는 ‘차단 금지’나 mVoIP 차단 등 특정 서비스 자체에 차별을 금하는 ‘차별 금지’에 더해 인터넷 업계에선 ‘서비스별 과금’이나 ‘최소 품질 수준 보장’ 포함도 거론된다.

 개별 서비스에 대가를 청구하거나 속도를 느리게 하는 등 품질을 차별화해서는 안 되며 일반 망 품질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규정하자는 주장이다. 사업적 이해관계에 따른 임의적 조치로 망 사업자가 서비스를 차별하거나 프리미엄 망만 신경쓰고 일반 망은 방치한다면 콘텐츠 산업 위축과 사용자 부담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네트워크 관리가 불가피한 경우에 대비해 합리적인 네트워크 관리 방안과 기준을 명확히 하자는 의견도 제기된다.

 ◇트래픽 문제, 실질적으로 접근하자=이런 정책 대안과 함께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트래픽 폭증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차원에 걸친 콘텐츠 사업자와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의 협력도 필요하다.

 경제적 차원에선 새 요금제 도입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T모바일과 AT&T, 버라이즌 등 미국 이통사들은 데이터를 일정 용량 이상 사용하면 추가 요금을 받거나 속도를 떨어뜨리는 요금제를 채택했다. 일본 NTT도코모의 LTE 요금제는 월 7GB 이상 데이터 사용자의 전송 속도를 떨어뜨린다.

 정부 및 관련 사업자가 모두 참여한 공동 기술 개발로 문제를 풀어갈 수도 있다. 네트워크 비용 증가와 기술 혁신 요구를 통신사에 전담하지 말고 이해당사자 공동의 기술 협력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또 합리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트래픽 관리 방법과 범위를 논의, 관리를 효율화할 필요도 제기된다.

 한종호 NHN 이사는 “망 중립성 가치 자체에 대한 소모적 찬반 논쟁보다는 트래픽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방안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망 중립성 주요 원칙

 

 미국 FCC 망 중립성 고시

 투명성 보장네트워크 운영에 대한 정확한 정보 공개

 차단 금지합법 콘텐츠 및 서비스, 망에 해 끼치지 않는 기기의 차단 금지

 차별 금지합법적 트래픽 전송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금지

 

 + 국내서 거론되는 망 중립성 관련 추가 원칙

 서비스별 과금 금지개별 서비스에 대가 청구하거나 속도 느리게 하는 등의 품질 차별 금지

 최소 품질 수준 보장프리미엄 망과 일반망 분리되더라도 일반망 품질 보장 요구

 

 자료:업계 종합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