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는 과거의 기억을 점차 잃어버리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몇 년이 지나면 모든 기억을 망각하게 된다. 국내에서는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50만명이 알츠하이머 질환을 갖고 있다.
이 질환의 특성은 병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악화돼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초기 진단하는 방법은 과연 없을까.
ETRI 융합기술미래기술연구부가 이 일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 이미 일부는 찾았다. ‘알츠하이머 환자는 냄새를 잘 못맡는다’라는 속설을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실험을 통해 베타아밀로이드 올리고머라는 단백질이 후각세포 내에서 작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의료인지융합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송기봉 ETRI 융합기술미래기술연구부 융합기술원천기술팀장은 “20~30세 때부터 이 물질의 존재 여부를 꾸준히 확인해 나가면 최소한 병이 더 깊어지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치료제는 감각 수용체 세포를 개발 중인 서유헌 서울대 교수팀이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센서로 알츠하이머 조기진단= 연구진은 반도체 소자와 센서 등의 기술을 접목해 극미량의 발병원인 물질을 간단하게 조기 측정하는 방법을 찾았다. 사람의 감각기능 세포에서 발병원인물질의 감각기능 저하 정도를 측정해 알츠하이머 진행정도를 예측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연구진은 신뢰성 확보를 위해 모든 진단결과와 상호 비교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알츠하이머를 초기에 진단할 수만 있다면 최소 인간의 평균 수명인 80~90세까지는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게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양한 만성질환에 IT접목= 연구진은 사람의 감각 및 인지기능과 관련한 만성, 난치성 질환의 조기진단 센싱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진단 연구를 진행 중인 대표적인 만성 및 난치성 질환은 후각관련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만성폐쇄성 폐질환, 시각관련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 등이 있다.
연구진은 지난 7월 1단계 사업을 완료했다. 현재까지 총 350여개 이상의 국내외 논문 및 지적재산권을 확보했다.
연구진은 “머지않아 감성과 실감, 인지 등을 구현하는 필수 기술로 지능형 기계 및 센서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융합기술미래기술연구부는 현재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오감 등 생체 및 인지를 모방하고 이를 IT에 접목하는 일 외에도 융합기술기획팀이 IT융합관련 정책 기획과 R&D과제, 중장기 계획 등을 수립한다. 정책 기획 목표는 생체모방을 근간으로 하는 오감·인지모방 분야 원천기술 확보다.
IT융합의 범위도 재해석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단위기술 간 융합 또는 산업기술 간 융합으로 구분해 왔다. IT융합의 분류체계와 용어 및 관련기술을 총정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올해 처음 한국판 ‘스티브 잡스’를 키우기 위한 창의IT융합캠프를 진행 중이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