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 2번째로 큰 은행인 크레디스위스 AG가 탈세 혐의가 있는 미국인 고객들을 상대로 미국 국세청(IRS) 쪽에 이름 등 정보를 넘길 것이라고 통보하기 시작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크레디스위스의 편지에는 IRS의 요구에 따라 이름과 계좌 내역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미 국세청은 수만명의 부유한 미국인들이 스위스의 은행에서 수십억달러의 세금을 탈루하고 있다고 의심하면서, 크레디스위스를 포함한 많은 스위스 은행을 대상으로 수사하고 있다.
편지에 따르면 IRS는 미국-스위스 조세조약을 통해 스위스 연방 조세국(SFTA)에 정식으로 자료요청을 했다. 이에 따라 SFTA는 크레디스위스에 `계좌 정보를 SFTA에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IRS는 미국 시민권자들이 명의만 있는 회사를 이용, 2002~2010년 개설한 계좌의 정보를 요구했다.
크레디스위스로부터 계좌 정보가 넘어갈 거란 통보를 받은 미국인 고객의 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크레디스위스는 앞서 지난 7월 미국 법무부로부터 해외 프라이빗뱅킹 서비스와 관련 조사를 한다는 서한을 받은 적이 있다.
스위스는 미국이 자국 은행계좌에 대한 추가 정보를 얻으려면 세금 탈루 의혹이 있는 사람의 이름을 제시해야 한다는 쪽으로 미국과의 세금 조약을 폭넓게 해석해왔으나 최근에는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스위스 정부 관리들은 지난 8월 구체적인 명단이 아니라 `행동 패턴`에 바탕을 둬 미국의 요청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여러 스위스 은행은 지난 9월 미 법무부 제임스 콜 부장관이 계좌 정보를 요청하자 미국인 고객들의 행동 패턴을 제출한 바 있다.
세금 전문 변호사인 스캇 마이클은 스위스 조세 당국이 크레디스위스에 `IRS에 넘겨줄 정보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는 것은 "오래된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를 더욱 붕괴시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