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리얼 스틸 vs 완득이

 [프리즘] 리얼 스틸 vs 완득이

 할리우드 영화답다. 역시 스티븐 스필버그다. 때론 벌처럼, 때론 나비처럼, 치고 빠지면서 관객의 얼을 빼놓는다. 로봇 복서 영화 ‘리얼 스틸’ 이야기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흥행공식에 충실하다. 로봇, 아이, 복싱 같은 솔깃한 소재에 마음을 울리는 부성애가 녹아 있다. 전설의 복서 슈거 레이 레너드가 자문을 맡아 리얼리티를 살렸다. 관객은 해피엔딩임을 뻔히 알지만(?) 움켜쥔 손엔 땀이 절로 난다.

 출발은 좋았다. 지금은 코너에 몰렸다. ‘완득이’ 때문이다. 둘은 체급이 다르다. 리얼 스틸이 헤비급이라면 완득이는 플라이급이다. 제작비 차이가 25배다. 뜻밖에도 완득이는 리얼 스틸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벌써 3주째다. 관객이 갈수록 는다.

 이유는 뭘까. 다문화 가정 등 우리가 무심했던 사회의 그늘을 훈훈하게 그렸다는 점이 첫손에 꼽힌다. 이야기의 힘이다. 완득이는 김려령 작가가 2008년 펴낸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 ‘도가니’에 이은 스크린셀러(영화와 베스트셀러가 조합된 신조어)다. 여기에 주·조연 배우의 탄탄한 연기력이 완성도를 높였다.

 이것이 다일까. 아니다. 입소문이 있다. 영화가 장작더미라면 입소문은 흥행을 지피는 불쏘시개이자 풀무다. 위력이 대단하다. 과거엔 주변 사람이나 블로그 등을 통해 전해졌다. 요즘은 다르다. SNS로 빠르고 넓게 퍼진다. 140억원을 투입하고 하지원이 출연한 ‘7광구’는 언론시사회 직후 낭패를 보았다. 혹평이 순식간에 퍼졌다. 부랴부랴 수정 작업을 하느라 개봉이 연기되는 소동을 빚었다.

 심리학에 사회적 동조현상이라는 게 있다. 판단이 어려울 때 타인을 의사결정 기준으로 삼는다. 낯선 곳에서 음식점을 고를 때 손님이 북적이는 곳을 선택하는 이치다. 정보가 급하게 확대, 재생산되면 이 현상은 심해진다. 경쟁사회에선 남들이 하는 것은 따라해야 한다는 심리도 작용한다. 이를 잘 살피면 로버트 프랭크가 말한 것처럼 ‘승자가 독식’한다.

 예나 지금이나 소비자 마음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그 중심에 SNS가 있다. 업종을 불문하고 SNS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김인기 편집2팀장 i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