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1년 앞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거나 거리를 두려는 민주당 의원들이 늘고 있다.
2008년 대선 때 오바마 후보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했던 조 리버맨 상원의원과 같은 인사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이 40% 중반에 머물 정도로 인기가 떨어지면서 더욱 늘고 있는 것.
한 예로 헨리 쿠엘라(텍사스) 하원의원과 민주당 성향의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 등 많은 온건파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이 대선보다 오로지 상하원의원 선거에만 신경 쓰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 지지 여부에 대한 입장표명을 않고 있다.
공화당 강세 지역인 `레드 스테이트`(red state)나 치열한 접전 지역인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들은 2008년 대선 때 공화당 존 매케인 대선후보가 조지 W.부시 대통령과 껴안는 장면을 보였다가 낭패를 당한 점을 교훈삼아 오바마 대통령과 같은 무대에 서는 것 조차 꺼리는 형국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도가 전국 평균보다 낮은 웨스트버지니아 주 출신의 조 맨친 상원의원도 "웨스트버지니아 주와 주민들을 사랑할 뿐"이라며 오바마 대통령 지지여부에 대한 입장표명을 꺼리고 있다.
하원에서도 일부 중도파 민주당 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과 싸울 공화당 대선후보가 누가 될지에 촉각을 세우면서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13일(현지시간) 중도 보수성향의 `블루 독(Blue Dogs)` 소속 10여명의 민주당 의원실과 접촉을 한 결과, 소수의 의원만 이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고, 대부분은 함구로 일관했다고 전했다.
팀 홀덴, 제이슨 알트마이어(펜실베이니아), 벤 챈들러(켄터키), 짐 코스타(캘리포니아), 조 돈넬리(인디애나), 짐 매테슨(유타), 마이크 매킨타이어(노스캐롤라이나), 마이클 미차우드(메인) 하원의원은 거듭된 입장표명 요청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알트마이어 의원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지역구인 피츠버그를 방문했을 당시, 공항 영접은 나갔지만 이후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으며 오바마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시도하기까지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후 주요 국정현안처리 과정에서 공화당과 타협을 함에 따라 진보적 성향의 민주당 의원들로부터도 외면을 받는 신세가 되고 있다.
친 민주당 성향의 샌더스 상원의원은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는 대신 "대통령은 자신을 백악관으로 보내준 게 월가 사람들이나 돈 많은 세력이 아니라 근로자, 저소득층 및 중산층 사람들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부자들을 상대로 싸우고, 중산층 및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펴나간다면 큰 표 차이로 승리할 것이라며 정책전환을 거듭 주문했다.
오바마 재선본부의 벤 라볼트 대변인은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예비후보인 미트 롬니 후보가 주택차압 및 자동차산업구제정책을 놓고 공화당을 분열시키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롬니 후보의 정책에 단합해 반대하고 있는 점을 가리키며 나름대로 낙관론을 제기했다.
물론 `블루 독` 소속의 조 베카(캘리포니아) 하원의원 등 중도파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을 열성적으로 지지하고 있고, 이는 내년초 상하원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개막되면 더욱 늘어날 개연성이 높다.
레오나드 보스웰(아이오와) 하원의원은 "오바마는 부시 전 정권으로부터 많은 위기를 물려받은 상황에서 나름대로 잘 대처해 왔다"고 평가하면서 내년 대선에서도 오바마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의원들조차도 오바마가 내건 주요 입법 정책에 관해서는 거리를 두려는 태도를 자주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벤 넬슨(네브래스카), 존 테스터(몬태나) 상원의원 등 레드 스테이트 출신 상원의원들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