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흉하다. 미디어 세상의 민심이 쩍쩍 갈라지고 있다. 한 쪽은 무너져 내리는데 다른 한 쪽에선 노골적인 특혜잔치가 벌어지고 있다.
정권 초였던가. 대기업은 그야말로 고환율과 감세, 각종 규제 완화 정책으로 앉아서 수십조를 벌어들였다. ‘대기업 프렌들리’ 정책의 결과였다. 그토록 장담했던 ‘트리클 다운(Trickle Down)’ 효과는 말 뿐이었다.
고용도 신통치 않다. 뒤늦은 동반성장, 상생, 공생은 말잔치에 불과했다. 대기업은 동네슈퍼까지 진출하고 중소기업은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기업간 양극화도 심화됐다. 중소기업 고유 업종 지정은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다.
미디어 시장도 마찬가지다. 종편 정책이 대표적이다. 특혜 수준이다. 중소 신문·방송사는 워크아웃을 걱정하고 구조조정이 밀려오는 판인데, 언론 재벌인 종편 지원책은 넘쳐난다.
뻔뻔스럽다. 상업방송인 종편이 의무전송 대상에 포함돼야 할 이유는 없다. 공영방송도 아니고 공익성과도 관련이 없다. 그런데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송출료를 낼 필요가 없는 의무전송 채널이 됐다.
채널배정도 특별하다. 종편은 처음부터 지상파와 연결되는 15~19번대의 이른바 황금채널을 배정받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은 앞 번호 채널은 시청률과 광고 매출 확대에 유리하다.
어이가 없다. 광고는 특히 그렇다. 프로그램 중간에 넣는 중간광고를 허용키로 한 데다 제약·생수 등 지상파에는 금지한 광고 품목도 추가할 모양이다. 광고 시간도 더 늘려놨다.
직접 광고 영업도 허용된다. 그야말로 빅뱅이 불가피하다. 벌써부터 방송광고와 신문광고를 연계한 결합상품 얘기가 나오고 있다. 끼워팔기 등 덤핑을 부르는 난타전이 예상된다.
지상파도 팔을 걷었다. 밀어붙이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광고시장의 쏠림 현상이 명약관화해졌다. 이미 광고주인 기업들은 실탄 마련에 혈안이 됐다. 한정된 광고예산에서 배제되는 것은 1차적으로 중소 신문·방송사다.
중소 미디어업계의 위기감이 현실화되고 있다. 양떼 목장에 늑대, 사자 같은 맹수들을 풀어놓은 꼴이다. 그것도 특수 훈련을 받은 전투력이 강력한 정예병들이다.
대기업 프렌들리의 결정판이 아닐 수 없다. 조·중·동·매 4사 이외의 중소 신문·방송사는 설 땅이 없어졌다. 인터넷·모바일 등 패러다임의 변화에 적응하기도 전에 대기업의 서슬에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대로라면 정부가 장담한 미디어산업의 건전한 발전은 없다. 미디어시장은 지금 정책·자금 등 정부의 직·간접 지원을 앞세운 언론재벌이 주도하는 정글의 법칙만 존재하는 약육강식의 세계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다고 정권의 바람대로 종편이 여론을 주도하거나 독점할 것 같지도 않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도구 탓이다. 여론에도 둔감하고 미디어의 트렌드 모른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중소기업이 없는 산업과 경제는 상상할 수 없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을 보완하고 경쟁하면서 체질을 배가시키는 파트너다. 국가 경쟁력 제고에 필수적임은 물론이다.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중소 신문·방송사가 전문 영역을 키워가면서 사회의 다양한 시각을 담아내야 건전할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도 종편은 특혜와 편법을 일삼고 있다.
종편이 과연 미디어산업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까. 종편을 주도한 정책 담당자들 또한 특혜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역사는 항상 도도히 흘러왔으며 또 지켜보고 있다는 점이다. 특혜시비로 얼룩진 종편 정책은 더욱 그렇다.
박승정 방송통신산업부 부국장 sj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