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e북을 만나면 지식 채널로 변합니다. 전자책 전문 서비스 메키아와 손잡고 ‘e북 읽어주는 남자’를 새로 연재합니다. 옆에서 책장을 넘겨주며 이야기하는 듯한 김성희 북칼럼니스트의 맛깔나는 글과 함께 지식과 감성의 세계에 빠져 보세요.
세계화니 국제화니 하지만 이것이 가장 실감나는 곳은 식탁입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 대부분의 식재료는 바다 건너 온 것입니다. 중국산 채소며 생선이 국산으로 둔갑한다 해서 사회문제가 된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예전엔 병문안 갈 때나 들고 가던 귀한 바나나가 요즘엔 흔하디 흔한 과일이 되었습니다.
재료뿐인가요? 햄버거에 피자, 다코야키 등 외국 음식들이 일상화된 것이 수두룩합니다. 책은 인문학자가 빵, 소시지, 피자, 사탕, 케밥 등 음식 10가지에 얽힌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정리한 것입니다. 커피나 초콜릿 등이 세계사나 경제에 미친 영향을 다룬 책은 여럿 나왔지만 국내학자가 본격적으로 10가지 음식을 키워드로 세계사를 살폈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피자를 볼까요. 섭섭할지 모르나 18세기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처음 만들어진 이 서양 빈대떡은 원래 빈민들의 음식이었답니다. 소설 ‘삼총사’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는 ‘코리콜로’(1843년)란 책에서 당시 나폴리 빈민들은 겨울에 피자로 겨우 끼니를 해결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2차 대전 후 1958년과 1960년에 피자헛과 도미노가 각각 문을 여는 등 미국에서 인기가 높아지면서 피자는 대표적 미국음식의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여기에 자존심 상한 이탈리아 인들이 1984년 ‘원조 나폴리피자협회’를 만들고 피자를 ‘정의’합니다.
“땔감을 사용하여 485도로 가열한 밀폐된 오븐에서 60~90초 정도 구운 것으로 반죽은 손으로 해야 하며 다른 도구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피자 빵의 직경은 35센티미터를 넘으면 안 되며, 중앙의 두께도 3분의 1 센티미터를 넘으면 안 된다”고요.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닙니다. 문화죠. 책을 보며 ‘역사를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다룰 수도 있구나’하고 느끼면서 한창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한식 세계화’가 떠올랐습니다. 임진왜란 이후에야 고추가 들어간 김치가 등장했다는데 몇 십 년 뒤 김치는 혹 ‘기무치’로 세계에 알려지는 것 아닐까 싶어서요.
책 속의 한 문장: 아랍인들은 가루 설탕과 아카시아 나무에서 분비되는 액체를 말려 만든 딱딱한 껌을 섞어서 ‘로젠지’라는 것을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사탕, 즉 캔디의 출발이다. 캔디의 어원에는 이슬람 교도들이 콴디라는 섬에서 처음 사탕을 만든 데서 왔다는 설과 캔can이란 설탕을 가리키고 디dy는 ‘틀에 부어서 고체로 만들었다’는 라틴어에서 왔다는 두 가지 학설이 있다. (발췌 요약)
자료제공: 메키아 www.mek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