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리나라가 개발한 일부 첨단무기에 대해 자국의 기술을 도용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군사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은 정부산하 `국방기술이전협회`(DTCC)를 통해 한국의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방산업체에서 제작한 첨단 장비에 사용된 기술 등을 정밀 추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DTCC는 정보기관과 국방부, 국토안보부 관계자들로 구성된 기관이다. 미국이 제3국에 판매한 군사장비에 들어간 기술을 해당 국가가 도용하거나 국외로 반출하는지 여부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미국은 지난 6월 초 F-15K 전투기에 내장된 핵심부품인 `타이거 아이`를 한국 기술자들이 무단으로 분해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양국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9월18일부터 1주일간 조사를 벌였다.
`타이거 아이`에 들어 있는 항법 및 표적식별 장비는 미국의 군사기술이다. 수입국은 봉인된 이 부품을 무단으로 뜯어서는 안 된다.
당시 미 측은 "분해했다는 증거를 확보한 만큼 대책을 논의하자"고 주장한 데 반해 한국 측은 "증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 측은 "증거를 제시하면 한국에서 활동 중인 특정 정보원의 신원이 공개될 수 있다"며 관련 증거를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을 통해 "조사 결과 분해했다는 징후를 찾아낼 수 없었다"면서 "미 측도 잠정적으로 한국 공군이 무단으로 부품을 훼손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방사청의 해명으로 이 사건은 일단락된듯했으나 미 측은 여전히 의구심을 버리지 않은 채 이번에는 국산 장비 3건을 걸고 들며 미국산 기술을 도용했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하며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추가로 문제를 제기하는 장비는 전자방해장비(ALQ-200)와 K1A1 전차의 사격통제장비, 다연장로켓(MLRS) 체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와 방사청, 업체들은 "이는 괴소문에 불과하다. 타이거 아이 문제는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정리되어 미 측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미 측의 이런 태도는 최근 우리 방산업 가운데 전자전 및 항법체계, 타격체계의 기술 수준이 높아져 자국과 동등한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될 것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미 측은 한국이 스텔스급전투기 60대를 국외 도입하는 F-X 3차 사업을 토대로 한국형 전투기(KF-X)를 독자 개발한다는 계획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한국이 전투기를 독자 생산하면 세계 방산시장에서 자국과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되는 것은 물론 전투기 가격의 거품이 빠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기술적 종속관계`에 있는 한국을 더는 통제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감이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다.
내년 1월부터 제안서를 접수하는 F-X 3차 사업에 미 측이 제시하는 핵심기술 수준을 보면 최근 미측의 의중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ADD 조직이 핵심 무기체계를 개발한다는 핑계로 폐쇄성이 강하고, 무기를 개발할 때마다 과도하게 홍보하는 관행들이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ADD 조직과 업무 관행이 바뀌어야 불필요한 오해도 불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