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홍수로 국내 가전업체들 반사이익 `꿈틀`

 태국 홍수로 현지 가전 수요가 확대되면서 이 시장을 겨냥한 국내 가전업체들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현지 공장을 운영하는 일본기업 가운데는 한국기업에 OEM 생산도 요청하고 있어, 반사이익이 커질 전망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 가전 기업들이 장악하다시피 한 태국에서 한국산 가전 제품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 현지 생산 공장을 가진 일본 업체들이 홍수 피해를 입은 데다 엔고 때문에 공급에 부담이 생겨 한국산 제품에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태국 가전시장은 일본 샤프, 도시바, 히타치, 파나소닉, 미쓰비시 등이 진출해 있다. 한국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가 진출해 있으며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지난해 이 시장에 재진출했다.

 국토의 70%가 물에 잠기면서 태국에 진출한 가전 기업들은 생산 공장과 물류창고에 홍수 피해를 입은 상황이다. 특히 태국 현지에서 브랜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은 가전 생산 공장을 비롯해 부품 협력사들의 생산 인프라가 침수 피해를 입어 제품 생산과 부품 수급 모두 차질을 빚고 있다. 최소 6개월에서 1년은 지나야 정상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일본 기업들은 인근 지역에서 제품과 부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제품은 국내 업체에 OEM 공급을 요청하고 있다.

 홍수 피해 복구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가전 업체들은 태국 시장에서 중장기적으로 점유율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일본 가전 업체들이 생산·환율 등의 문제로 시장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이미 대우일렉트로닉스는 태국향 수출 물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현지 생산 공장에 피해를 입은 샤프, 도시바 등 일본 업체들로부터 OEM 문의도 급증하고 있다.

 대우일렉 관계자는 “이 달 세탁기 수출 물량이 전년대비 50% 이상 늘었다”며 “현지 유통업체를 통해 공급하는 대우일렉 자체 브랜드 제품과 OEM 공급물량 모두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중장기적으로 태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당장은 현지 인프라 복구와 이재민 돕기 봉사활동으로 기업 브랜드 인지도와 호감도 상승을 꾀할 방침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홍수 피해가 워낙 커 당장은 경기 침체와 수요 축소가 예상된다”며 “하지만 일본 업체들이 강세였던 가전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인만큼 중장기 전략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