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휴대폰 가입자 `100만명 시대`

 북한의 휴대폰 가입자 수가 조만간 100만명을 넘어선다. 현재는 81만명 수준이다.

 21일 로이터 등 외신들은 올해 연말 북한의 휴대폰 가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에는 30만명, 2년 전에는 불과 7만명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세다.

 시발점이 된 것은 북한이 이집트 이동통신업체 오라스콤과 3세대(G) 이동통신 서비스 계약을 맺으면서다. 오라스콤은 북한 체신성과 합작해 이동통신업체 고려링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그동안 453개 기지국을 평양과 14개 주요도시, 83개 소도시 등에 설치해 휴대폰 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3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4억달러(약 4563억원)가 넘게 들었다.

 외신에 따르면 북한 휴대폰 가입자는 지난주 기준으로 80만9000명을 돌파했다. 3개월 전인 6월 말 66만명에 비해 약 15만명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말 100만명 돌파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가입자 60%는 20~50대 평양 거주자로 나타났다. 20대 비율이 특히 높았다. 알렉산드로 만소로프 애널리스트는 “젋고 부유한 세대에서 휴대폰은 없으면 안 될 도구가 됐다”며 “연말에 가입자 100만명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판 휴대폰 평균 가격은 350달러다. 북한 주민의 월 평균 수입이 15달러임을 고려한다면, 엄청난 고가다. 이용자가 늘면서 사용 요금도 낮아지고 있다. 저소득층 요금제가 호응을 얻으면서 최근 평양 외 지역으로 이용자가 확대됐다. 사용 요금제는 ‘유로팩’이 가장 인기가 많다. 북한 돈이 아니라 유로화로 선불 요금 카드를 구입해 이용하는 형태다.

 그간 북한은 휴대폰 사용을 엄격히 금지했다. 지난 2004년 용천역 폭발사고에 휴대폰 통신망을 이용한 폭발물이 설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에서 모든 사용을 통제했다.

 지난 7년간 평양에서 변호사 겸 비즈니스 컨설턴트 일을 했던 마이클 베이는 “불과 2년 만에 평양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며 “사업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젠 연령과 계층에 상관없이 쓴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커피숍 종업원도 갖고 있으며 휴대폰 전화 소음 때문에 일상 대화가 방해받은 적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