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로 더위 넘긴 일본인, 석유스토브로 추위 견딘다

 에어컨 대신 선풍기로 여름 더위를 넘긴 일본인이 전기 난방 대신 석유스토브로 겨울 추위를 견딘다. 지난 3월 대지진 이후 국민적 절전 의식이 일어난 결과다. 올 겨울 전력난이 우려되는 우리나라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니혼게이자이는 21일 석유스토브 업계 호황을 보도했다. 예년 같으면 비수기인 9월 초부터 수요가 일어났으며, 제품 출하량은 50% 정도 늘었다. 덕분에 석유스토브 전문 중소기업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나고야 소재 냉난방 전문기업 도요토미는 작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석유스토브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을 24시간 가동 중이다. 효고현에 있는 중소기업 센고쿠는 11월에나 들어올 석유스토브 주문이 9월부터 급증, 중국 광둥성 공장 생산량을 60%나 늘렸다.

 고가의 석유스토브도 인기다. 도교 소재 후지카가 만든 2만5000엔(약 37만원)짜리 제품은 작년 성수기 판매량을 이미 능가했다. 조명용으로도 쓸 수 있는 니혼센토의 고급 스토브는 올해 판매 목표 1000대를 9월에 모두 팔았다.

 일본 석유 난방 용품 시장은 1990년대 이후 계속 하락했다. 1990년 1800억엔(2조6730억원) 수준이던 시장 규모는 2008년 600억엔(약 890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대지진 이후 절전 분위기가 석유스토브 수요를 견인, 올 겨울에는 800억엔(약 1조1880억원)을 회복할 전망이다.

 석유 난방기기 업계는 모처럼 늘어난 수요에 안전성을 개선한 신제품으로 화답했다. 도요토미는 급유 마개가 열린 상태에서 넘어져도 석유가 새지 않는 안전 스토브를 개발했다. 화재 방지용 자동 소화 기능이나 급유 마개가 제대로 닫혔는지 확인하는 기능은 이제 기본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