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을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갤럭시 노트’라는 색다른 스마트폰을 하나 꺼내 즉석에서 소개했다.
이날 만남은 ‘갤럭시S2’ 롱텀에벌루션(LTE) 모델 공급과 관련한 협의 자리였다. 하지만 신 사장은 ‘갤럭시 노트’ 설명에 더 열을 올렸다. 신 사장은 “앞으로 이 제품이 시장 트렌드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도 색다른 스마트폰에 솔깃했다. 그리고 제안했다. “갤럭시 노트를 LTE 모델로 공급해달라.”
내달 초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갤럭시 노트’와 관련된 일화다. 삼성전자 최고 경영진의 ‘갤럭시 노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주요 임원들은 3개월 전부터 스마트폰을 2개씩 들고 다녔다. 원래 쓰던 스마트폰과 함께 ‘갤럭시 노트’가 한손에 쥐어졌다. 더러는 아예 갤럭시 노트만 사용했다. 경영진이 직접 베타테스터가 돼 부족한 점을 꼼꼼히 챙긴 셈이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공을 들이는 것은 ‘갤럭시 노트’에 삼성의 독자성(아이덴티티)가 가장 많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업계 제품을 많이 벤치마킹했다면 갤럭시 노트는 창조에 더 많은 무게 중심이 실렸다. 삼성전자 ‘시장선도자(퍼스트 무버)’ 전략이 반영된 사실상 첫 작품이다.
이 제품에는 스마트폰으로서는 세계 최대 크기인 5.3인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됐다. 화면 크기는 스마트패드에 버금간다. 하지만 두께는 9.65㎜, 무게는 178g으로 어떤 스마트패드보다 얇고 가볍다. 또 다른 특징은 스타일러스펜으로 직접 화면에 글씨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독일 국제가전전시회 ‘IFA2011’에 처음 공개됐을 때 업계도 깜짝 놀랐다. 해외 언론에서는 “드디어 삼성전자가 자신의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3개월 남짓 베타테스터에 참가한 삼성 임원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이경주 전무는 “처음에는 큰 화면 때문에 익숙하지 않았는데 조금 지나면 너무 편해 다른 스마트폰을 찾지 않게 된다”고 소개했다. 5.3인치의 큼직한 화면이 마치 스마트패드 같아 웬만한 업무를 PC를 켜지 않고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스마트폰 마케팅을 진두지휘하는 고홍선 애니콜영업팀장(상무)은 여성들이 더욱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콤팩트 화장품처럼 핸드백에서 꺼내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명품’같은 이미지가 겹쳐진다는 설명이다.
이미 ‘갤럭시 노트’가 출시된 영국·상하이·중동 등 해외 반응도 긍정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외 통신사 주문량이 글로벌 히트 모델인 ‘갤럭시S’와 비슷하거나 넘어설 정도”라고 귀띔했다.
조원석 LG유플러스 단말담당 상무는 “갤럭시 노트는 하나의 세그먼트(시장 영역)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기업시장에서 여전히 인기가 높은 블랙베리와 같은 경쟁자를 빠르게 대체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 이후에도 내년에 다양한 퍼스트 무버 제품을 기획 중이다. 플렉시블 스마트폰, 초고해상도 스마트패드 등 경쟁자가 엄두도 낼 수 없는 혁신으로 모바일 트렌드를 주도하겠다는 포부다.
◇갤럭시 노트 주요 사양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