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8일 전국에서 일반인보다 더 뛰어난 기술을 가진 장애인이 경기도 고양으로 모인다. 전국장애인기능 경기대회가 이날부터 사흘 일정으로 고양시 재활스포츠센터 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행사를 주최하는 이성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50)은 “기술 앞에 장애는 없다” 며 “장애인이라는 편견을 일거에 날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로 28회를 맞는 이번 대회에는 CNC선반 등 33개 직종에 선수 360여 명이 참가해 ‘세계 최고’ 기능인의 솜씨를 뽐낸다. 이 이사장은 세계 최고는 단순히 듣기 좋은 표현이 아닌 ‘팩트(사실)’라고 강조했다. “올해 9월에 국제 장애인 기능올림픽 대회가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52개국 1500여 명이 참석한 이 대회에서 우리나라는 40개 종목에 79명이 출전해 종합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5년 연속 우승입니다. 대한민국 장애인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쾌거였습니다.”
국제대회는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5년 우승은 세계적인 관심거리였다. 일반인에 이어 장애인도 국제기능대회에서 연속 우승하면서 우리의 놀라운 손재주를 세계에 알렸다. “장애인도 당당히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능 인력을 확인하고 사회적인 인식을 바뀌는 계기였다”고 이 이사장은 강조했다.
IT는 사실 장애인의 미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과 과학의 힘 덕분에 장애인이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보조공학 기술’이라는 전문 분야까지 생겼다. “컴퓨터 화면을 음성으로 읽어주거나 화상을 보면서 전화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보조공학 장비가 나오면서 장애인이 새로운 일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정보 부족, 비싼 구입비 등으로 아직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이 많습니다.” 정부에 등록된 장애인은 250만 명. 장애인 고용률은 공단 설립 당시 0.43%에서 2.24%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새 발의 피 수준이다.
이 이사장은 올해 중증 장애인 고용을 최대 목표로 내걸었다. 중증 장애인에게 고용 문턱은 여전히 산 넘어 산이다. “중증 장애인이 세상과 더 호흡하고 인간답게 지낼 수 있도록 다양한 개선책을 준비 중입니다. 이 가운데 하나가 IT를 활용한 보조공학 장비입니다. 보조공학 지원사원은 장애인의 고용 촉진과 직업 생활을 안정화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보조공학사업은 2004년 복권 기금 지원을 받아 시작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예산은 80억 원으로 6000명 장애인에게 7000점 이상의 보조공학기기를 지원했다” 며 “그러나 250만 장애 인구를 고려하면 지원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부임 1주년을 맞는 이 이사장은 공단과 인연이 깊다. 지난해 말 이사장으로 부임하기 전 10년 가까이 공단에서 재직했다.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가 장애가 있다. 소아마비로 지체 3급이다. 그러나 항상 장애는 불편할 뿐이라는 마음을 잊지 않는다. 이 이사장은 “나이가 들어 몸과 마음이 약해지면 정상인도 장애인으로 될 수밖에 없다” 며 “IT는 노인과 장애인에게 혁명을 가져올 또 다른 문명의 이기”라고 힘 줘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