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제임스 매튜 배리 지음. 이은경 옮김. 펭귄클래식 펴냄
(본문제목: 동심이 꽃피는 섬, 네버랜드)
‘피터 팬 신드롬’이란 심리학 용어가 있습니다. 1983년 미국 심리학자 댄 카일러가 쓴 책에서 비롯됐는데요. 신체적으로 어른이 되었지만 그에 따른 책임과 역할을 거부하고 어린이의 심리상태에 머물고자 하는 심리적 퇴행 상태를 이르는 말입니다.
영원히 나이 들지 않는 동화의 주인공에 빗댄 것인데 철들기를 거부하는 아이어른을 이르는 말이니 그다지 좋은 뜻은 아니죠.
작가가 알면 섭섭해할 일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이 동화를 읽지 않았을 겁니다. 디즈니 영화로 본 경우가 더 많을 걸요. 은빛 날개를 팔락이며 피터 팬과 웬디 사이를 질투하는 요정 팅커벨, 턱이 긴 외팔이 후크 선장 등 인상적인 캐릭터가 여럿 등장하니까요.
게다가 피터 팬의 작가 이름을 아는 이는 아주 소수일 겁니다. 작가 제임스 매튜 배리는 소설 ‘테스’의 작가 토마스 하디, ‘보물섬’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코난 도일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 당대의 손꼽히는 극작가이자 소설가였는데도 말입니다.
그는 18살이 되었을 때도 키가 150센티미터에 불과했기에 수줍음이 많고 열등감에 젖었지만 작가로 성공하려는 꿈에 불탔다고 합니다. 1897년 런던 켄싱턴 공원을 산책하던 배리는 데이비스 형제를 만나 그들에게 빠집니다. 4살, 3살, 한 살짜리 형제들에게 요정, 해적, 마법사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는 마침내 형제 중 막내인 피터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목양의 신 판의 이름을 합쳐 피터 팬이란 독특한 주인공을 만들어냅니다. 반인반수의 모습에 자유분방한 판은 피터 팬의 성격을 예고했다고나 할까요.
어린이들이 피터 팬에 열광하는 것과 달리 비평가들은 냉정합니다. 현실도피주의와 유치증에 빠져 있으며 아이들을 조종하는 데서 일종의 도착적인 기쁨을 느낀다는 이유에서죠.
하지만 그렇다 한들 어떤가요? 인디언과 해적이 공존하면서도 오색 빛깔로 찬란하게 물든 환상의 나라 네버랜드, 영원히 나이들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피터 팬.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던 그런 세상 아닌가요. 소년들을 위한 모험과 소녀들을 위한 요정 이야기를 녹여낸 피터 팬을 다시 읽는 것은 잃었던 꿈을 다시 만나는 기회가 되지 싶습니다.
* 책 속의 한 문장: “전 학교에 가서 심각한 것 따위는 배우고 싶지 않아요. 전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요.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깼는데 수염이 나 있으면 어떡해요.”
자료제공:메키아 www.mek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