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최효종의 인기가 높다. 출연하는 개그콘서트 코너가 연이어 히트를 친 가운데 최근엔 국회의원이 그를 고소하면서 오히려 힘을 받고 있다.
최효종이 나오는 개콘에 ‘애정남’ 코너가 있다.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란 뜻이다. 결혼식 축의금을 얼마나 내야 할지부터 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받는 방법 등 누구나 살면서 겪기 마련인 애매한 상황을 특유의 말솜씨로 풀어낸다.
개콘에 애정남이 있다면 통신방송 분야에는 ‘애정방’이 있다.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방송통신위원회다.
통방 분야는 사업자 이해관계는 물론 정책 이슈까지 맞물려 애매한 경우가 무척 많다. 각자 이익만을 우선시하다가는 우리나라 통신과 방송이라는 배가 산으로 갈 공산이 크다. 이를 막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애정방’이다.
방통위는 지난 23일 애매한 문제를 하나 풀었다. KT 2G 종료 승인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보다 나은 서비스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옛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다. 반면 기존 고객은 현 서비스로도 충분한데 굳이 다른 서비스로 갈아타라는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
방통위는 앞서 두 차례 종료 승인 불가 이후 종료를 승인했다. 상황이 애매해서인지 다섯 상임위원이 표결에 나서 3대 2로 종료 승인 판정을 냈다.
다수결은 애매한 것을 정리하는 좋은 방법이지만 산업 정책마저 표결에 붙여지니 이 역시 애매하다. 게다가 방통위 표결이 항상 그랬듯이 찬성은 여당 측 위원 셋, 반대는 야당 측 위원 둘이었다.
애매한 것을 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방통위는 같은날 밤늦게까지 지상파 재송신 협상 타결을 유도했지만 실패했다.
23일 하루 동안 방영된 통방 분야 애정방 코너는 결국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애매한 것을 정리하는 과정도 별로였고, 애매한 것을 처리하는 실력도 썩 좋지 않았다. 이래가지고 애정방이 장수 프로그램으로 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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