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무역 1조달러가 갖는 시사점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지난 24일 기자단 간담회에서 무역 1조달러 돌파 시점을 내달 5~6일쯤으로 예측했다. 우리나라가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 지난 1964년 11월 30일을 기념하기 위해 무역의 날을 제정한 지 반세기만이다. 역경을 딛고 지난 48년간 숨가쁘게 달려온 결과다. 무역 1조달러는 지난 1964년 대비 무역 규모가 약 1900배 늘어난 수치다. 1달러 지폐를 가로로 늘어놓으면 길이가 지구 둘레(4만6250㎞)를 3370바퀴 돌고 100달러 지폐를 쌓으면 높이가 에베레스트 산(8848m) 136배에 달한다.

 무역 1조달러 달성은 우리가 경제대국 중심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무역 1조달러를 넘는 국가는 미국, 독일, 일본, 중국,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이탈리아 8개국이다. 대부분이 G7에 속하는 국가로 우리나라가 9번째다.

 중국을 제외한 이들 국가의 지난해 1인당 국민총생산(GDP)은 3만~4만달러다. 4만달러를 넘는 국가는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네덜란드 5곳이다. 1인당 GDP가 3만달러를 넘는 국가는 영국, 이탈리아 2곳이다.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한 국가의 소득 수준이 3만달러를 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인당 GDP가 2만달러를 갓 넘은 우리나라 입장에서 무역 1조달러 달성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정부 한 관료가 1인당 국민소득이 오는 2014년 3만달러, 오는 2018년 4만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안한 면도 적지 않다. 유럽권 경기 침체와 미국, 중국 등의 경기 둔화로 세계 경제가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EU와 한·미 FTA 체결은 당분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산업연구원도 내년 GDP 증가율이 3.7%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불과 3년 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선 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2만달러 이하로 곤두박질한 쓰라린 기억을 우리는 아직도 갖고 있다. 자원빈국인 탓에 수출에 목을 맬 수밖에 없고 인구도 5000만명에 불과해 내수도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작디. 세계 경기 둔화는 잠을 설치게 한다.

 우리나라는 앞으로 무역 구조를 질적으로 성장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선진국·중국 중심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고부가 제품의 수출 비중을 높여야 한다. 대일 소재 부품 무역 역조도 해결해야 한다.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키워 무역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 대한민국이 1인당 GDP 3만달러에 진입하는 무역의 길은 험난하다. 홍석우 신임 지경부 장관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