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산업은 기회와 위기 요인을 동시에 안고 있다. 다음 달이면 종합편성채널(종편)이 개국하면서 새로운 방송채널이 추가된다. IPTV는 500만 가입자를 바라본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방송사업수익도 10조4393억원으로 전년 대비 14.9% 증가했다.
하지만 종편 개국은 제한된 국내 방송시장 경쟁이 한층 가열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중소 방송사업자에게는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IPTV 가입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수익성은 아직 좋지 않다.
방송 정책을 주관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기회를 극대화하고 위기를 최소화하는 것이 정책 목표다. 광고(Commercial), 콘텐츠 및 저작권(Contents & Copyright), 유료과금(Charge), 융합서비스(Convergence) 등 이른바 ‘4C’에 맞춰 정부 정책 방향을 살펴본다.
◇광고=새로운 방송통신 융합시대를 맞아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정체된 광고 시장이다. 방송사업자의 주요 수익기반이 광고기 때문.
국내 광고 시장은 지난해 8조4200억원 규모로 GDP 대비 0.72%에 불과하다. 미국(1.02%), 일본(0.84%)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방통위는 국내 광고 시장을 오는 2013년 10조원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방통위는 △경쟁도입, 규제완화 등 기존 광고시장 활성화 △신규 스마트 광고 시장 창출을 통한 광고시장 및 미디어산업 성장 견인 등 크게 두 가지 축을 기반으로 광고시장 활성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독점이었던 지상파 방송광고 판매시장에 ‘미디어렙’을 도입해 경쟁체제를 구현한다. 방송광고 편성·운영 규제도 개선한다. 방송사·외주제작사의 제작협찬 및 간접광고를 상호 허용하고 데이터방송 광고 규제도 완화한다. 의약품, 생수, 병원 등 광고금지 품목 규제완화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걸림돌도 있다. 방송광고 판매시장은 이른바 미디어렙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자칫 ‘무법천지’가 될 가능성도 있다. 광고금지 품목 해제도 아직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콘텐츠·저작권(Contents & Copyright)=방송 경쟁력은 시청자들을 유인하는 콘텐츠에서 나온다.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미디어 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콘텐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방통위는 오는 2015년까지 세계 5위권 콘텐츠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우수 방송콘텐츠 제작경쟁 촉진 △방송콘텐츠 제작기반 지원 △방송통신산업 전문인력 양성 △방송통신 콘텐츠 시장 활력 제고 △외주제작사 역량 강화를 위한 방송제도 개선 등이 이를 구현하는 핵심 전략이다.
방송 콘텐츠 다양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 공익프로그램, 대형 기획프로그램, 3D, 양방향 프로그램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IPTV, 디지털케이블, DMB 등 양방향 매체에 제공될 수 있는 콘텐츠도 활성화한다.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콘텐츠를 제값에 사고파는 공정한 거래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최근 지상파와 케이블TV사업자 간에 일어난 재송신 공방도 콘텐츠 저작권에 대한 기본 틀이 뒤늦게 마련된 탓이다. 콘텐츠 대가의 정확한 기준이 성립되지 않으면 각존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방통위는 현재 진행 중인 방송 분쟁을 조기에 마무리짓는 한편 지상파방송 재송신 대가산정 기준을 마련해 향후 분쟁 소지를 없애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유료과금=9월 말 기준으로 국내 유료방송 가입가구는 2260만(중계유선, 위성DMB 제외)에 달한다. 종합유선방송이 전체 가입자의 65.7%를 차지하지만 가입자는 2009년 정점을 기록한 후 정체된 상황이다. 지난해 종합유선방송 가입자는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올해도 소폭 감소가 예상된다.
정부는 국내 방송 수신방식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유료방송 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공정경쟁 환경 마련에 신경 쓰고 있다. SO가 PP에게 지급하는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기준을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방송통신 결합상품에서 방송을 지나치게 할인하는 저가 출혈경쟁도 차단한다. 업계가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인해 공멸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다.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익난을 겪고 있는 지상파DMB에도 다양한 정책을 강구하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2~3분기 각계 전문가들로 지상파DMB 수익구조 개선 협의체를 운영했다.
이로써 신규 수익모델 도입방안을 마련하고 모바일 방송 특성에 적합한 법·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융합=방송과 통신 경계가 허물어지고, 하나의 콘텐츠가 다양한 서비스 채널과 기기를 통해 공유되는 시대다.
융합 현상이 확산되면서 콘텐츠 유통은 플랫폼이나 네트워크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인 전송이 가능해졌다. 미디어 산업 가치사슬도 재편이 불가피하다.
방송 산업 발전에서 융합은 가장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화두다. 지난해 국내 방송통신 융합서비스 시장은 8조7556억원으로 추정된다.
방통위는 방송통신융합서비스 활성화 환경 구축을 위해 올해부터 2013년까지 80억원에 가까운 기금을 운용할 계획이다. 방통위는 연내 방송통신 융합서비스 촉진 방안을 수립하고, 내년 4월부터 방송통신 융합서비스 선도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방통 융합에는 우리나라가 지닌 우수한 통신망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통신 분야 초고속인터넷 인프라와 양방향 디지털TV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가정용 융합서비스를 구현한다. 차세대 모바일 통신망을 기반으로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뉴미디어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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