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벤처 투자자 안드레센 호로위츠는 지난달 ‘핀터레스트’라는 신생 인터넷 서비스에 27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 회사는 앞서 9월에도 1000만달러 투자를 유치했다. 핀터레스트는 웹에서 발견한 맘에 드는 이미지를 복사해 간단한 설명과 함께 자신의 ‘보드’에 표시하고 친구와 공유하는 서비스다. 잡지에서 옷 사진이나 요리법을 오려 메모판에 핀으로 붙여 놓는 행동을 웹에 옮겼다.
핀터레스트의 인기는 수많은 정보와 콘텐츠를 수집·가공하거나 정리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공유하는 ‘큐레이션’과 ‘발견’ 물결의 반영이라는 평이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혼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다. 해외에선 웹 페이지 링크와 이미지를 쉽게 블로그로 포스팅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텀블러’나 음악·영화·인테리어 등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이루는 ‘차임.인’ 등의 서비스도 주목받는다.
이들 서비스는 좋은 콘텐츠나 상품에 대한 ‘발견’과 구매로 이어진다. 큐레이션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기계적 검색이 아니라 친구와 전문가가 직접 고른 콘텐츠란 점도 중요하다. 친구에 의한 큐레이션과 발견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미 주목받은 개념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친구가 보는 뉴스나 정보, 미디어 등을 새로 접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관심사에 따라 보다 세분화된 정보 제공과 발견을 가능케 하는 서비스가 가지를 쳤다.
국내에선 아직 본격적인 큐레이션 서비스들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쿠팡’은 쇼핑의 새로운 재미를 ‘발견’하는 발견 플랫폼을 지향한다. NHN ‘미투데이’는 음악이나 책, 영화 DB 등과 연계해 다양한 글감을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친구들이 추천하는 좋은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티엔엠미디어는 다양한 주제의 파트너 블로그 글을 모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제공한다.
국내에선 주요 포털이 진작부터 큐레이션 기능을 흡수해 왔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콘텐츠와 검색 결과를 모아 편집해 보여주는 포털이 실질적으로 큐레이터 역할을 해왔다”며 “해외에서 기계적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구글이 시장을 지배하다 최근 소셜 물결과 맞물려 큐레이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과 대조된다”고 말했다.
표. 큐레이션 관련 주요 해외 서비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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