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규제 일변도 게임정책<중> 게임업계에 꽂힌 전봇대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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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업계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게임업계에 전봇대가 세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초기 대불산업단지 공단에서 철거됐던 전봇대가 모조리 게임산업계에 옮겨오고 있다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여성가족부를 시발점으로 정부 부처마다 경쟁적으로 전봇대를 설치하고 있다. 최후의 피난처가 돼 줄 것으로 지목됐던 문화부 마저 규제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게임업계로서는 모셔야 될 시어머니가 두 명이나 생긴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1월 초 입법 예고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진흥법’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강도 높은 ‘규제법’으로 만들어졌다는 지적이다.

 게임 주무부처인 문화부가 지난해 12월 국무총리실 주재로 여성가족부와 셧다운제 조정안에 합의하면서 사실상 규제정책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택적 셧다운제’를 골자로 한 게임법 개정안은 여성부의 ‘강제적 셧다운제’와 별개로 제한하는 기기 및 시간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가령 ‘스타크래프트’를 서비스하는 구 배틀넷이 강제적 셧다운제에서는 제외됐지만 선택적 셧다운제에서는 다시 포함될 수 있다. 문화부 장관이 여성부 장관과 협의해 게임물의 중독성을 평가하는 평가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자료를 업체에 요구하고 여성부에 제공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앞서 여성부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통해 셧다운제를 시행하면서 평가자문위원회라는 별도의 산하 기구를 신설할 수 있도록 했다. 여성부 장관은 심야시간대 인터넷 게임의 제공시간과 제한대상 게임물 범위가 적절한지 평가하기 위한 대상 및 기준을 정할 수 있다.

 이로써 게임업계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게임 사전 심의기구를 두 개나 두게 됐다. 사전심의를 통해 연령별 등급제도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중독성까지 평가한다.

 문화부는 이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게임의 선정성·폭력성·사행성을 심의하는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를 운영 중이다. 심의업무를 민간으로 이양하자는 움직임은 2005년 초반부터 있었지만, ‘바다이야기’ 사태로 시작된 규제는 게임위의 국고지원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현재는 국고 연장 시한을 폐지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법안이 국회에 올라가 있다.

 선정성·폭력성에 대한 검열 수준은 낮아졌지만, 강도 높은 사행행위 단속으로 게임업계가 받아들이는 검열 수준은 높아지고 있다. 게임사전등급분류 제도가 혁신적 게임개발 및 건전한 창작활동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학규 IMC게임즈 대표는 “게임사전심의제도는 셧다운제보다 더한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개인 개발자가 상업적 목적이 아닌 취미로 개발한 게임을 자기 블로그나 일반에 배포하는 것도 불법으로 규정한 현행 사전심의제도를 정면 공격한 셈이다.

 게임법이 사전심의 예외대상으로 지정한 게임물은 게임대회나 전시회에 이용할 게임이나 교육·학습·종교 또는 공익적 홍보활동 등 용도로 제작된 것뿐이다. 아마추어 개발자가 개발한 비영리 게임을 공유, 배포하는 경우도 불법에 해당한다. 지난해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아마추어 문화 창작 활동 지원법(가칭)을 추진하고, 올초 김성식 의원이 문제를 삼았으나 해결되지 않은 채 지지부진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두고 산업을 옥죄는 규제만 있을 뿐, 진흥정책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육성 및 수출 지원 방안이나 건전 청소년 아케이드 업소에 대한 지원정책은 전무하면서 산업 진흥법이란 입법취지마저 상실했다고 꼬집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