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이 어제 ‘엔젤투자지원센터’를 열었다. 성공한 벤처기업인과 개인 투자자의 자금을 신생기업(스타트업) 쪽으로 트는 게 목표다. 투자가 실현되면 정부도 같은 금액을 출자한다. 이를 위해 100억원을 마련했다니 자금 가뭄에 시달리는 스타트업의 숨통을 얼마간 틀 전망이다.
지난 2000년 5493억원에 달했던 엔젤투자 규모가 지난해 326억원으로 무려 94%나 쪼그라들었다. 가뭄 끝에 논바닥 갈라지듯 돈줄이 말랐다. 청년 창업이 위축됐음은 물론이다. 엔젤투자지원센터는 한 줄기 단비다. 스타트업기업계 전체에 고루 내리진 못하더라도 될 성부른 기업을 촉촉이 적실 만하다. 이렇게 숨퉁을 튼 뒤 안정적이고 건실한 스타트업 지원체계로 우뚝 설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실리콘밸리 벤처투자 생태계를 본보기로 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단기 투자와 고수익에 집착해 좋은 유망 기업 발굴보다 어느 정도 검증돼 투자 가치가 높은 기업에 투자를 집중한다. 벤처 신규 투자가 줄어들면 스타트업에 갈 돈줄이 더 막히는 구조다.
달라져야 한다. 특히 비노드 코슬라 같은 투자자가 나올 때가 됐다. 코슬라는 10억달러를 투자할 청정(clean) 에너지 기술 기업을 물색한다. 유명 벤처투자사 클라이너퍼킨스커필드&바이어스에 공동 투자자로 참여해 더 많은 돈을 쏟아부을 태세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창업자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계를 풍미한 코슬라가 대학까지 유망 기업을 찾는 모습을 우리나라에서도 보고 싶다.
이런 투자자가 많아야 우리 벤처산업도 활기를 되찾는다. 성공한 벤처기업인들이 엔젤투자자로 나선 것도 반갑다. 창업 초기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애초 기대와 달리 왜곡된 벤처투자 행태를 바꿔주기 바란다.